눈동자에 투영된 붉은 빛깔이 찰랑인다. 소파에 깊숙이 등을 기댄 남자는 손을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면 인형이라 여겨질 만큼 창백한 피부에 진한 호를 그린 눈썹, 강인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이다. 유리로 된 와인 잔을 무의미하게 흔들던 그가 느릿하게 잔을 기울였다. 씁쓰레한 맛 뒤로 남는 달콤함을 음미하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와인을 즐기지 않지만 겨울날이면 ...
너의 날에도 눈이 내릴까? 겨울바람에 진눈깨비가 나부낀다. 찬 공기가 앉은 방, 신문을 뒤집어쓰고 종종걸음으로 시야를 벗어나는 사람, 유리에 닿아 사라지는 눈의 결정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던 야쿠가 크림색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부엌 선반의 가장 높은 곳에서 우연히 유통기한이 임박한 코코아 가루를 찾아냈다. 저가 사다 놓은 게 아니다. 김이 모락모락...
도르륵 눈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빙 둘러앉아 저를 살피는 친우들의 시선일랑 아랑곳 않고 민석은 종대의 손바닥에 수북한 산딸기와 좀작살 열매를 우악스럽게 집었다. “더 먹을 거야?” “응.” 가시지 않는 허기. 민석이 자리 털고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요새 앞 감나무에서 채 익지 않은 떫은 과실을 모조리 따 먹은 것이었다. 혀가 꺼슬꺼슬해질 때까...
“흑……” 이부자리에 비죽 나온 뿔이 서럽게 떨린다. 어린 도깨비의 뭉툭한 뿔은 앓는 내내 거맸다. 병환이 짙거나 깊은 시름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색깔이다. 하루에도 수번 민석의 움막을 드나드는 이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을 만도 하다. “그만 울어.” 나무라듯 말한 세훈이 불룩한 이불을 발로 툭툭 건드린다. 열흘이다. 숲을 돌아보다 진창에 굴러 상처투성이가 ...
달이 자취를 감춘 그믐의 밤. 성산은 유난한 어둠 속에 만물을 숨겨 고요를 지키고 있었다. 스산한 불빛들이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지나친다. 졸던 이파리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팔랑거리자 빛은 한껏 소리 높여 웃었다. 느닷없이 밤을 찢는 홍소에 나무 아래 떨고 있던 산새들이 요란하게 날개를 퍼덕거리고 땅굴 속에서 새끼를 보살피던 늑대들이 뛰쳐나와 사납게 울부짖었다...
하늘은 높고 맑다. 수놓아진 구름은 새하얗다. 선선하게 부는 가을 바람을 좋아하지만 그에 흩날린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이면 성가시다는 생각이다. 붉어지는 나무에 매달려 여름 내내 울던 매미는 흙이 되었다. 무덤을 밟았다. 가을. 쿠로오는 쓸쓸한 계절이라고 말하곤 한다. 속이 빤하다. 그저 엉겨 붙으려는 속셈이다. 냉전을 종결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여름 말...
AM 08:10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빌딩 사이, 정장 차림의 헌칠한 남자가 제과점을 나선다. 외양과 어울리지 않는 봉지가 달랑 들린 손이 경쾌하게 앞뒤로 흔들렸다. 벌써 낙엽이 지는구나. 미화원이 떨어진 가을을 쓸어낸다. 맑은 하늘빛이 바람을 타고 내려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자 그에 떠밀리듯 걸음을 재촉한다. 가방에 아무렇게나 넣어둔 사원증을 꺼내 ...
‘네 눈에도 내가 다르게 보여?’ ‘아니, 나한텐 쿠로오만 보여.’ 수증기로 뿌예진 거울을 손날로 닦아냈다. 비추어진 남자는 물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는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쓸어 넘긴다. 이목구비가 날렵해 살가운 인상은 아니다. 거울을 직시하는 눈빛이 유난히 매서웠다. 종일 보이지 않는 표범의 기운을 다스리느라 몸이 천근만근이다. 중종 흑표인 쿠로오 테츠로...
사와무라 다이치 님, D-day 입니다!당신만의 스가와라 코우시 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귀하의 담당자 우카이 케이신 (으)로부터 안내받는 것이 법규이자 사칙이므로번거로우시더라도 내방해주셔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문의 사항은 대표 번호로 전화주시면 성심 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저희 あい A.I.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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