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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첸] 어리석은 연애 보고서 제 7장

찬열X종대
































검은 하늘에서 눈비가 내린다. 흰 송이가 사박사박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밤을 깨운다. 지금이라면 돌이킬 수 있다. 눈앞에 있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칠 두려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얼굴의 반을 목도리로 가린 종대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날리는 눈발이 속눈썹에 엉긴다.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을까? 제 용기가 가상해서 콧방귀를 뀌었다. 용기라기보다는 객기다. 그는 지금 헤어진 애인의 집 앞에 서 있다. 그것도 얼마 전에 제법 매몰차게 밀어낸 상대의 집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문에 붙은 광고 전단을 수십 번도 더 읽고 있다. 벌 받는 것도 아닌데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다. 들어갈지 돌아갈지 수분 째 고민만 하는 중이다. 뻔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1분도 안 걸릴 텐데, 이제 그런 짓을 하면 범죄가 된다. 가택 무단 침입이라는 중죄다.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은 잠금 장치가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비밀번호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니까. 하루아침에 전화번호도 바꾼 찬열이 비밀번호는 안 바꿨으랴?




“하아……”




하얀 한숨이 입술을 떠난다. 보고 싶어서 왔다거나 멍청한 짓을 하러 온 건 아니다. 그저, 동정심 때문이다. 저는 원래가 이렇게 미련스러운 인간이다.

오후에 지원팀에 올라갈 일이 생겼다. 찬열이 담당으로 있는 부서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원래 저가 할 일이 아닌데, 옆자리 동료가 연차를 쓰는 바람에 대신 결재를 받으러 간 거다. 앞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우물쭈물하다가 슬쩍 들여다보니 다행히 그는 자리에 없었다. 담배라도 피우러 간 건가? 얼른 발을 들였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여기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대리님, 어쩐 일이세요?’


‘안녕하세요, 결재 좀 받으려고요.’




안면 있는 동료 사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흔쾌히 손을 뻗은 그녀에게 서류를 건넸다. 종대는 도움을 주려는 동료를 향해 싱긋 웃고 있으면서도 찬열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입구를 힐끔거리기에 바쁘다.




‘죄송한데, 이거 혹시 급한 건이에요?’


‘아뇨, 아마 목요일까지만 받으면 될 거에요.’


‘이건 찬열씨 직속인데, 오늘 안 나와서…… 결재 받으셔도 최종 승인은 안 날 거예요.’




출근을 안 했다고 하면 그냥 고개나 끄덕였으면 됐을 것을,




‘연차인가 보죠?’




망할 입이 멋대로 물었다. 박찬열이 연차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과거의 제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다.




‘병가요, 어제 조퇴하더니 오늘은 아예 못 나오나 봐요. 요즘 독감이 유행이잖아요, 대리님도 조심하세요.’




네?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꽤나 놀란 것처럼 보였는지 앞에 있는 그녀 또한, 눈이 동그래진다. 독감이 유행인 줄 몰랐네요. 종대가 얼버무렸다. 하지만 표정은 갈무리되지 않은 채다. 

변명을 하자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원래 가끔 아프기도 하고, 병결도 하는 사람이면 이렇게까지 걱정이 되진 않았을 거다. 지금까지 5년이 넘도록 찬열이가 술병이 아닌 다른 병 때문에 아프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흔한 감기 한번 크게 앓은 적이 없다. 아픈 것도 기껏 해야 잠시간 힘이 없는 정도?

워낙 튼튼해서 병원에 들락거릴 일이 없으니 종대가 잔병치레로 병원에 갈 때마다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떨던 이다. 신경성 위염으로 링거를 맞은 적이 있다. 아픈 김에 응석을 부리느라 찍어 보낸 주사바늘 사진에 놀라서 한달음에 병원으로 데리러 왔었다.




‘무슨 병인데 그런 걸 맞아? 당장 갈게!’




집 앞에 있는 작은 내과였는데, 고작 두 시간 수액 맞기를 보호자와 함께한 성인 환자는 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집에 변변찮은 상비약도 없을 텐데 병원에는 갔다 왔을까? 얼마나 아프면 회사를 못 나와? 퇴근 후 그의 집 앞으로 흘러오기까지 종대는 무언가 잘못 됐다고 여기면서도 방향을 바로 잡지 못 했다. 춥다. 무언가 결심한 듯 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고 웅얼거린다.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세어 볼 참이다. 엄지가 접힌다. 하나, 이제 박찬열은 남이다. 둘, 우린 다시 만나면 안 된다. 셋, 독감은 죽을병이 아니다. 넷, 불쑥 찾아온 건 무례한 행동이다. 이제 막 손가락이 전부 접히려 할 때였다. 철컥!




“으아!”


“허……”




뒤로 크게 물러선 종대에게 빤한 시선이 꽂힌다. 놀란 게 분명한데 잠시 바람 빠진 소리를 냈을 뿐 찬열의 표정은 무심하다. 기운이 없는지 멍한 얼굴이었다. 그는 헛것을 보고 있다고 여겼는지 손등으로 한 쪽 눈가를 쓸었다. 김종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양 나른한 몸짓이다. 반면, 종대는 사색이 되어 침을 꼴깍 삼켰다.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타이밍 한번 뭐 같다. 돌아가기로 마음먹기 무섭게 등장한 찬열이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움직일 수가 없다. 어정쩡하게 팔을 들고 선 그대로. 피하지 못 하고 마주친 눈만 끔뻑거렸다.




“여기서 뭐해?”




물어도 답이 없다. 찬열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포기하려고 했다. 다른 놈 앞에서 전처럼 웃는 걸 보고 놓아주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제멋대로 눈앞에 놓여 있다. 나쁜 새끼.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더니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자꾸 실룩거리는 제 입 꼬리다. 저가 튀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가 놀라서 얼음! 상태로 꼼짝도 않고 있다. 귀엽긴 왜 이렇게 귀여운 건데? 진짜 나쁜 놈. 한 손으로 제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찬열은 코를 스치는 냉기와 대비되는 등 뒤의 온기 속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추위로 새빨개진 귀를 갑자기 감싸 안으면 도망쳐버릴 것 같아서 대신 따뜻한 장소로 유인하기로 한 것이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가 된 기분이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감기 때문에 감정 싸움할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여기서 종대가 휙 돌아서 가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러진 않을 거다. 왠지 그럴 것 같다. 아프다는 걸 알고 왔겠지.




“들어와.”




목소리 끝이 형편없이 갈라졌다. 묵묵부답. 얼굴의 반이 목도리에 감춰져서 종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기가 힘들다. 다만, 눈썹이 처져 있는 건 똑똑히 보인다. 골몰히 궁리하는 건 알겠는데 이러다간 둘 다 얼어 죽을 것 같아서 찬열이 신경질적으로 웃옷을 붙잡았다. 들어와. 버텨서 힘을 다 빼게 만들 줄 알았는데 순순히 따르다 못해 저를 앞지른다. 익숙하게 신발을 벗는 모습을 보면서 찬열은 잠시 얼이 빠졌다.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그랬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 저의 공간에, 그와 함께다.

따끈한 바닥에 발을 디딘 종대가 냉큼 쪼그려 앉는다. 따뜻하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후회할 오늘이다. 그렇다면, 찬열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라도 편하자고 결정했다. 언 손바닥을 녹이려 바닥을 짚었다. 축축하게 가라앉는다. 종대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밭은 웃음에 눈을 꽉 감았다. 이래선 제자리걸음이잖아. 울적해진 속도 모르고 픽 웃은 찬열은 현관에서 돌아섰다.




“잠깐 있어, 금방 올게.”


“어디 가려고?”


“담배.”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종대를 두고 나온 찬열은 급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댔다. 하루를 꼬박 누워있었더니 이제 좀 살만하다. 담배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멀쩡한 거나 마찬가지다.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간 집에 김종대가 그대로라면, 과거의 어느 겨울날처럼 제 이불 속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은색 문이 도로 입을 닫는다.

담배를 사러 가다 말고 발길을 돌린 찬열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애를 쓰느라고 인상이 구겨져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신발에 발을 집어넣던 종대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왜, 왜?”




왜 다시 들어오냐고? 왜긴. 어쩜 이렇게 예상한 그대로인지, 이쯤 되면 이 애의 이별 통보를 생각지도 못했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몰래 돌아가려던 걸 눈감아주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냥, 안 갈래.”




찬열은 그가 어물쩍 신발을 내릴 때까지 앞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속내를 들킨 것이 민망한지 방 안 쪽으로 들어가면서 옆머리를 긁적거린다. 하필 찬열의 집은 원룸이라 거리 두기도 애매하다. 침대 매트리스 하나가 덜렁 놓여있는 널찍한 집에는 담배냄새가 진하게 묻어 있다. 원래 안에서 안 피웠었는데.




“안에서 담배 피웠어?”


“…….”


“아, 미안. 신경 쓰지 마.”




주제 넘는 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종대가 급히 사과했다. 낯이 붉어진다. 총총거리는 뒤를 따르던 찬열은 작게 어깨를 들썩이며 우뚝 멈춘 등을 부드러이 밀었다.




“네가 안 오니까.”




그렇구나. 그 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실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집에 스며있는 독한 향이 진짜다. 진짜 박찬열의 집 냄새. 배려하고 있다는 걸 알아준 적은 없다. 종대는 엄지손가락을 손톱으로 세게 문질렀다. 쓴 담배냄새가 이렇게 짙게 베여있던 곳을 저가 손 한번 대지 않고 지워냈었다는 게 새삼 묘한 성취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와선 아무 소용도 없지만. 멍하니 그의 손에 이끌려 매트리스 옆에 앉혀졌다. 목도리를 풀어낸다. 입가가 허전해져 퍼뜩 정신을 차린 종대가 야상 지퍼에까지 뻗어진 찬열의 손을 저지했다. 내가 할게. 말은 그렇게 하고 벗진 않았다. 오래 머물지 않을 거라는 뜻이 전해졌는지 앞에 선 이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콜록콜록 연달아 기침을 하면서 창문으로 가는 걸 야! 하고 불렀다. 이제 나한테 맞출 필요 없잖아.




“됐으니까 이리 와서 앉아.”




아프긴 한가보다. 옆에 앉아 가까워진 얼굴이 거칠하고 눈가가 퀭하다. 불쌍한 척을 하려는 건지 덩치도 산만한 사내가 두 무릎을 세워 안은 채 종대를 넘겨본다.

왜 왔냐고 묻지 않았다. 원하는 답을 줄 리 없다는 걸 알아서, 찬열은 그저 내내 그리워했던 눈이랑 코랑 입술을 응시할 뿐이다. 간식 달라고 애원하는 봄이랑 똑같다. 끙끙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어줄 법도 한도 종대는 선을 넘지 않는다. 마치 쓸데없이 아파서 신경 쓰게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새카만 눈동자를 쏘아본다.




“병원은 갔다 온 거야?”


“응.”


“웬일이래, 감기에 다 걸리고……”




혼잣말을 하면서 바닥에 그어진 작은 흠을 문지른다. 여전히 종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찬열은 생각했다.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혼내면서 식은땀 맺힌 이마를 짚어줬을까? 저가 다 속상한 얼굴로 차가운 물수건 올려줬을까? 아프지 말라고 사분사분 안아줬을까? 모를 일이다. 뭐가 됐든 제 발로 걷어찬 상냥한 애인에게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섭섭하다. 찬열아, 하고 이름이라도 불러주면 좋겠다. 그것도 안 되려나?




“누워있어.”


“응.”


“밥이랑 약은?”


“먹었어.”




넘친 쓰레기통 꼭대기에 인스턴트 죽의 껍데기가 덜렁 올려 있다. 종대는 황급히 눈을 돌렸다. 요즘엔 죽도 배달이 되는데, 편의점에서 산 게 분명한 깡통 죽이라니.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다고 혀를 차면서도 그가 딱하다. 누우라니까 머뭇거리지 않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잘 했지? 묻는 것처럼 보고 있다. 증오도 사랑이라는데, 하물며 연민은 어떻겠는가? 싱거운 쌀죽에다가 간장이라도 칠해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야겠다, 쉬어.”




사력을 다해 진심을 무시하기로 한다. 후회할 일은 여기 온 것으로 족했다.




“종대야.”


“…….”


“나 아파.”




참 쉽다. 세훈의 말대로 추풍낙엽이 따로 없다. 바짓가랑이를 붙잡힌 것도 아니고 걸걸한 목소리로 낮게 떼를 쓰는 것만으로 찬열은 일어서려던 그를 멈추게 했다. 그에 또 울컥한 종대는 할 수만 있다면 꽉 쥔 주먹으로 핼쑥한 얼굴을 갈겨버리고 싶었다. 일그러진 눈초리에 이어진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린다. 이렇게 휘둘리러 온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가지마.”




여기에 왜 왔더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프니까…… 한번만 봐 주면 안 돼?”




잠자코 있는 동안 슬쩍 옷을 잡는다. 놓을락 말락 조심스럽게 끝만 쥐고 있어서 종대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당장 찬열을 내버려두고 나서도 되고 곁을 지켜도 된다. 차라리 세게 잡아줬더라면 다 네가 붙든 탓이라고 스스로 납득할 이유를 만들 수 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저가 원해야만 남을 수 있다. 나는 얼마나 더 아파야 너를 벗어날까? 영악한 너에게서 도대체, 언제쯤. 홀로 아픔을 견디는 시간이 얼마나 서러운지 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불어 약해진 마음이 더 쓰리다. 어렸을 땐 부모님 계시지 않은 집에서 홀로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래야 되는 줄 알고 감내하고, 연애를 할 땐 그나마 누군가 아픈 걸 알아주기라도 했다. 찬열과의 연애 종반엔 글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다가 혼자였다. 

종대는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묵묵히 점퍼를 벗어 옆에 놓는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낮은 매트리스에 등허리만 기대고 밀린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나도 눈에 들지 않는다. 사락사락 이불 소리. 종대가 앉은 쪽으로 새우등을 하고 누운 찬열이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팔을 뻗는다. 손가락을 덮은 큰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낌 없는 멸시에 가슴이 시려도 종대가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못 들은 척 손을 거두지 않았더니 한참 만에 눈길을 돌린다. 다 죽어가는 얼굴로 히죽 웃는 데 두 손 두 발 들었다. 마음이 약한 종대가 가만히 있으니까 과감히 손가락을 얽으면서 꼼지락꼼지락 얇은 마디를 매만진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참고 참았던 질문이다.




“……는…… 겼어?”


“안 들려.”


“만나는 사람 생겼냐고……”




오세훈, 돗자리 펴라.




‘오해했을 걸, 우리 사이.’




마음에 없이 웃음을 띤 종대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겼으면 어쩔 건데? 라고 대답할 거다. 꼭 그럴 거야! 잡힌 손가락에 가해지는 힘이 세졌다. 종대는 간절한 그의 눈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그런 거 없어.”




머저리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등 뒤에서 찬열이 키들거리는 게 듣기 싫어서 손을 밀쳐냈다. 싫다, 싫어. 다 싫다. 박찬열이 나가떨어질까 봐 까짓 거짓말 하나 못하는 저도 싫고 웃다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기침을 해대는 쟤도 싫다. 반쯤 찬 생수 병을 내밀었다. 머리카락은 죄다 헝클어져서는 코를 훌쩍거린다. 몸까지 덜컹거리면서 기침을 하더니 힘이 쭉 빠졌는지 눈씨가 약해졌다. 찬열은 내밀어진 병이 아니라 뜨거운 물 마실래? 묻는 손목을 잡았다. 가지마.

그가 잠들 때까지 종대는 곁에 있었다. 이따금 선잠이 들었다 깨면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는 어깨가 보였다. 축축하게 땀이 베인 손아래에 그의 손이 가만하면 안심이다. 어떤 때는 없었다. 그러면 찬열은 종대의 이름을 앓았다.




“……러, 여기 있으…… 자.”




어렴풋해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저를 달래려 겹쳐오는 손의 보드라운 감촉만이 명료하다. 그리고 코끝에 일렁이던 좋은 냄새.

귀를 울리는 알람에 깨어보니 아침이었고 찬열은 혼자였다. 또 잃어버렸다. 미아보호소에 맡겨지면 찾으러 올까? 너무 커서 안 된다고 하면, 누군가를 잃어버린 어른은 어떻게 해야 돼? 종대의 자취라곤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은 방에서 그는 지독한 공허와 맞닥뜨렸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어연보는 고답이들의 현실적인 연애물입니다.


날 때릴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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