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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야쿠] 순정의 가치 21

섹스피스톨즈 AU




























에어컨의 냉랭한 기운이 차 안을 맴돈다. 춥냐고 묻는 리에프를 빤히 쳐다보던 야쿠가 사분히 웃는다. 지금은 여름이라고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팔뚝을 쳤다. 기분이 좋아 보여 다행이야. 운전대를 잡고 옆을 힐끔거리더니 안심한 듯 리에프의 어깨가 내려갔다.

간밤에 레이가 무호흡 증세를 보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잠시였고, 지금은 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부모 마음이 어디 그걸로 족하겠는가? 특히나, 아기에 관한 거라면 바짝 날이 서 있는 야쿠가 그 길로 병원에 가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저도 그를 따랐다. 하지만, 면회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는 거부당했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출입 자체에 제한을 받았다. 애걸복걸하는 우리가 딱했는지 간호사 한 분이 잠든 레이가 담긴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셔서 그나마 위안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야쿠는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두통약을 먹어댔다. 벌써 몇 개째야? 텔레비전을 켜 놓고도 리에프의 신경은 온통 그에게로 향해있었다. 초조하게 다리를 떤다. 저까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침실에서 부엌을 오가는 이를 눈으로 쫓는다. 차라리 마음이 아픈 만큼 저를 때리거나 무언가 집어던지거나 울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되겠다! 결국 방으로 발을 들인 리에프가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야쿠에게로 다가갔다. 손에는 악어모양 젤리 한 봉지가 들려있다.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니까……’




베개 위에다가 살며시 젤리를 올려둔다. 벌 받는 아이처럼 뒷걸음질을 쳐서 다시 멀어졌다. 야쿠는 멀뚱멀뚱 리에프의 손이 눈앞까지 왔다가 사라지는 걸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바로 앞에 있는 리에프를 보고 있으면서도 실은 보고 있지 않다. 오로지 아기에 대한 염려로 어둠 속에 잠긴 채다. 갑자기 레이의 상태가 악화되면 어쩌나, 그러다 제 품에 안아보지도 못 하고 떠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상상은 잔악한 벌레와도 같아서 그의 애정을 갉아먹고 끔찍하게 삶을 해친다.




‘야쿠상…… 우리 아침에 병원에 다시 가요, 일찍 일어날게요.’




애처로운 한숨이 나부낀다. 쉬어요.




‘리에프.’


‘…….’


‘레이가 잘못되면……’




힘없는 목소리가 선명해지기 전에 리에프는 도망쳐 나왔다. 절대로 닫지 않던 문까지 쾅 닫아버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들어선 안 되는 말이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안간힘을 써서 모르는 척 해야 했다. 안 그러면 우리의 세상은 처참하게 무너질 테니까.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응, 레이는 강해.”


“야쿠상을 닮았으니까요.”




생긴 건 너랑 똑같잖아. 야쿠가 오늘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 핸드폰을 내민다. 운전을 하느라 정면을 보면서 한 손으로 그걸 받으려다가 리에프는 그의 손끝을 붙잡았다. 저가 잡고도 놀랐는지 흠칫 떨더니 얼른 손을 놓으려고 했다. 채 떨어지기 전에 야쿠가 아무렇지 않게 손을 뒤집어 큰 손을 맞잡았지만. 낯설어진 손이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리에프는 웃지도 울지도 못 해서 일그러진 제 얼굴을 그대로 느꼈다. 한 손에 폭 감기는 손을 힘껏 잡았다.




“좀 너무해.”




아기 사진을 콕콕 눌러보더니 대뜸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야쿠에게 뭐가요? 물었다.




“눈동자까지 널 닮은 거 말이야.”


“음……”


“싫은 건 아니지만.”




오늘 레이는 아무것도 달고 있지 않아서 오랜만에 온전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밤새 하던 걱정도 팔다리를 뻗으며 하품하는 걸 보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 왔어, 레이.’


‘여기 봐봐.’




리에프가 만든 애착인형이 아기 옆에 고이 누워 있다. 아직은 애벌레 인형보다도 작다. 빨리 저 만큼 커야 안아줄 수 있을 텐데 애태우는 거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부모의 목소리가 미숙아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우리는 거의 만담을 하는 수준으로 30분을 내리 쉬지 않고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 요즘엔 레이 방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세상에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라서 비워두었던 작은 방을 채우는 재미로 우울을 삭인다. 얼마 전에는 분홍빛이 도는 벽지를 발랐고 천장에 달 모양 모빌을 달았다. 주문한 이른둥이용 아기 용품은 죄다 장난감처럼 조그맣다.




“초밥 사올까요? 저녁 먹어야죠.”


“그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기 방으로 쌩 들어가 버린다. 시야에서 놓쳐버린 야쿠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던 리에프는 빈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잘 붙잡고 있었는데. 두어 번 접었다 펴더니 입 꼬리에 힘을 주어 억지로 웃고는 신발을 벗는다.

오래도록 껍데기만 야쿠인 것 같은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다가 포기했다. 가끔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면 타격이 크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니 어느새 빨래 바구니를 들고 옆을 지나간다. 우리의 집에서 우리는 따로 논다. 밤은 더 처절하다. 야쿠가 퇴원한 날 밤에 깨어나니 그가 없었다. 헐레벌떡 일어나 찾다가 거실 러그 위에 몸을 말고 잠든 고양이를 본 뒤로 리에프는 저가 먼저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기 시작했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딱딱한 바닥에서 재우면 안 될 것 같아 그랬지만 막상 빈 침실로 은근슬쩍 들어가는 등을 볼 때면 누군가 바늘로 심장을 콕콕콕 찌르는 양 아픈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레이가 오면 당신도 돌아오는 걸까?











레이 공주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제 방을 두고 딱딱한 기계 침대에 누워 있은 지도 벌써 한 달 째다. 오늘은 리에프와 함께 오지 않았다. 일이 바빠서 저녁에 따로 들르겠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음성이 땅이라도 파고 들어갈 것처럼 낮았다. 익숙하게 전용 의복을 갖추고 소독까지 마친 후에 제 자리를 찾아간다.




“레이, 나 왔어.”




집게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앙증맞은 손가락을 툭 건드렸더니 꼬물꼬물 움직인다. 다시. 툭.




“그래, 아빠야.”




겨우 손가락 하나를 힘겹게 움켜쥐는 손. 어쩜 이렇게 예쁠까? 반드르르하게 젖어가는 눈동자가 아기를 애달프게 훑는다. 부쩍 자랐어도 이렇게나 작다.




“리에프 아빠는 저녁에 올 거래, 꼭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아, 참…… 오늘은 큰 주사를 맞아야 된대, 미안해…… 그래도 이것만 맞으면 집에 갈 수도 있다니까…… 네가 온다면 리에프가 호들갑을 떨 거야, 널 가진 걸 알았을 때도 엄청 울었어. 바보 같지?”




그래도,




“좋은 아빠야, 너처럼 예쁘고……”




진짜 바보 같은 건 나야.

달콤한 바닐라 라떼를 내밀자 야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요코는 꺼칠한 낯빛을 두고 혀를 찬다.




“산후 조리 잘못하면 고생한다, 잘 먹고 잘 자야 돼. 누워.”




진료실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으니 여기서 자주 혼났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리에프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엔 현기증이 났데요!’


‘아아.’


‘그리고 요즘 자꾸 속이 답답하고, 체한 것처럼!’


‘그건 태아가 커지면서 장기가 눌려서 그래.’


‘또, 또 배에 이렇게 선이……’


‘잠깐만, 모리스케, 너는 입이 없어? 왜 하이바가 설명하는 거야?’


‘응? 다 맞는데…… 리에프, 너 언제부터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어? 사랑의 힘인가?’


‘야쿠상도 참, 부끄럽게.’


‘둘 다 나가.’




바닐라처럼 다디단 기억이다.




“풉……”


“왜 웃어?”




아니라고 얼버무리는 야쿠를 넘겨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없긴. 아물어가는 수술 부위를 소독하면서 요코는 인상을 찌푸렸다. 흉터가 크게 남을 것 같다. 티끌 없는 매끄러운 피부 위에 붉은 선이 선명하게도 새겨졌다. 그녀가 거즈를 덧대면서 물었다.




“하이바는 뭐래? 이거 보고 꽤 울었을 것 같은데?”


“음…… 그냥……”


“뭐야, 그 대답은?”


“아직 못 봐서……”




냉전 아닌 냉전. 설마 퇴원하고 나서도 그 모양이야? 하고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아기도 잘 견뎌내고 있는데 왜 어른들이 문제인 거야? 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건조하게 공간을 채운다. 편편한 배에 꾹 눌러 붙였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야쿠가 괜스레 옆에 있는 침대 모서리를 슥슥 문지르면서 저기, 하고 운을 뗀다.




“나도 걔한테 잘못이 없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얼굴만 보면 그 날이 떠올라서……”




다시 떠올려도 아찔한 기억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긴 했는데 극악한 고통은 아니었다. 밥도 잘 먹었고 짐볼 운동도 하고 낮잠을 자다가 번쩍 눈을 뜨니 잠옷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통증 속에서 핸드폰을 찾으려 했는데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안 났다. 억지로 바닥을 기다가 쇼크로 쓰러지고 깨어났다가도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흐려지는데도 오한이 덮친 손발이 얼음에 박힌 양 찬 것만은 뚜렷했다. 서슴없이 다가오는 죽음이 무서워서 몇 번이나 리에프를 불렀는데 그 애는 오지 않았다. 지켜준다고 했으면서.




“너한테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괴롭긴 하이바도 마찬가지일 거야. 내가 울었던 거 기억나지?”


“네? 요코상이요?”




진짜? 벌떡 몸을 일으킨 야쿠의 이마를 꾹 눌러버렸다. 당연히 기억하는 줄 알고 덧붙인 말이다. 드물게 얼굴을 붉힌 요코가 헛기침을 하며 도구를 정리한다. 어릴 때부터 봐온 그녀지만 눈물은 본 적이 없다.




“아무튼…… 처치도 못 하겠더라, 숨이 넘어갈 것처럼 네 팔다리가 꺾이는데 무섭고 눈물만 나는 거야. 나도 그런 적은 처음이야, 결국 다른 사람한테 맡겼지.”


“몰랐어요.”


“하이바는 어땠겠어? 더하면 더했지, 나보다 덜하진 않았을 텐데.”


“그래서 손만 닿아도 벌벌 떠나?”




우스갯소리를 해보지만 가슴이 시큰거려서 눈은 웃어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리에프한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었나? 잠결에 다녀오겠다는 목소리는 들은 것 같은데, 대답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도, 그저께도.




“레이는 내일부터 집중 검사에 들어갈 거야, 무사히 마치면 퇴원할 수 있어.”


“아픈 거예요?”


“아니, 검사라고 하지만 그냥 진단 같은 거야. 인큐베이터 밖에서도 체온 유지가 되는지, 호흡 곤란은 없는지 보는 거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있는데…… 이대로라면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네.”


“그게 뭔데요?”


“가정에서 준비가 되었는지.”


“내가 뭐 안 한 게 있나? 뭐요? 뭐지? 체크리스트에 있는 건 다 준비했는데……”


“모리스케, 레이는 고비도 넘겼고 잘 자라고 있어. 이제 하이바를 좀 봐 줘.”


“……언제부터 리에프 편이었어요?”


“지금 그이만 혼자거든.”




혼자. 야쿠는 리에프를 떠올리다 쓸쓸해졌다. 그 애가 흐리다.

병원에 들렀다 오느라 귀가가 늦은 리에프는 뻐근한 뒷목을 문지르며 욕실을 나왔다. 씻으러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거실에 있던 야쿠가 보이지 않는다. 레이 방에 있나? 슬쩍 문을 열어봤지만 비어있다.




“뭐해?”


“으악!”




바로 뒤에서 나온 목소리에 펄쩍 뛰어오른다. 이 방에 있는 줄 알았다는 둥 그냥 열어본 거라는 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야쿠는 어깨를 들먹일 뿐이다. 유부초밥 먹을래? 방문을 열어본 게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늘어놓는 횡설수설을 막았다.




“네?”


“유부초밥 해놨어, 좋아하잖아.”


“아……”


“먹기 싫어?”


“아, 아니요! 진짜 좋아요!”




식탁에 마주앉은 그들은 한참동안 조용하다. 야쿠는 턱을 괴고 앉아서 맥주를 들이켰다. 이런 기분은 퍽 오랜만이다. 맞은편에서 싱글벙글 유부초밥을 입으로 욱여넣고 있는 리에프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배가 부른 것 같다. 괜스레 손가락을 엮으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맛있어? 체하겠다.”




볼이 불룩해서 대답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린다. 머리카락 많이 자랐네. 턱 아래 붙어있는 밴드에도 시선이 간다. 저 상처는 언제 난 거래? 면도하다 긁혔나? 매일 함께였는데 안 보이던 것들이 지금에야 눈에 찬다. 리에프만 혼자야.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요코의 말을 곱씹었다. ‘혼자’는 너무 외롭고 아프고, 무섭다. 야쿠는 다시금 새롭게 피어나는 감정들이 혼란스러워서 제 손톱을 꾹 눌렀다.




“어디 아파요?”


“어?”


“인상 쓰길래……”


“아냐, 마저 먹어. 넌 나만 보고 있냐?”




마음에 없이 비아냥거리고 말았다. 리에프가 씁쓸하게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숙인다. 야쿠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가 어떻게 웃었더라? 언제부터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있게 되었을까? 요코의 말대로다. 두려웠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무섭고 과거 속 자신을 끊임없이 탓하고 나무랐겠지. 그는 누구보다 간절히 우리를 바라고 홀로 견디었다. 가엾은 리에프, 정말 혼자였구나. 왜 잊었을까? 이리 내버려두기엔 소중한 이다.

불 꺼진 집이 캄캄하다. 텔레비전마저 암전되자 온 공간이 고요해졌다.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있던 야쿠가 살며시 눈을 뜬다. 리에프는 오늘도 거실에 이불을 깔았다. 통화를 하면서 오늘 레이가 손을 흔들어줬다고 흥얼거리듯 말하는 게 들려온다. 수신자는 아마 그의 부모님일 거다. 면회는 아기의 부모만 가능해서 가족들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전하곤 한다. 레이는 벌써 사랑받는 데가 많기도 하다. 아기 방에는 가족들이 가져다놓은 앙증맞은 옷가지와 장난감이 차고 넘친다.




“끊을게요.”




곧 리에프의 목소리가 지워졌다. 꿈의 시간임에도 시계바늘은 쉼이 없다. 야쿠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불을 걷어냈다. 빼꼼 목을 빼서 거실을 살핀다. 사자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혼현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는 척을 한다. 조금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히 그랬다. 리에프는 다가오는 발소리에 쿵쾅거리는 심장 대신 티셔츠 끝을 부여잡았다. 그저 겁이 난다. 애끓는 마음을 짓밟히고 버려질까 두려웠다. 까치발로 천천히 다가간다. 발끝에 이부자리가 닿자 야쿠는 오도카니 서서 누워있는 그를 내려다본다. 주저하듯이 발가락이 꼼질거렸다. 리에프. 곧 나릿나릿 이불을 들추어 곁에 모로 눕는다. 무르지 않은 등에 이마를 기대고 허리에 팔을 둘러 안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비로소 제 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안긴 채 가만하다. 연달아 그의 옷을 움키듯 고쳐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떨리는 몸을 쓸어내리며 입술이 다 마를 때까지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랑해, 리에프.”


“흐……”




리에프가 운다. 이를 악물고 흐느끼다가 참지 못하고 어린 애처럼 엉엉 운다. 슬픔이 한꺼번에 몰아쳐 서글프고 더 서글픈 울음이다.

야쿠가 보아주지 않아도 괜찮고 보듬어주지 않는 것도, 전부 괜찮았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는 말만 하지 않으면 되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더라도 곁에 두기만 바랐다. 그럼 다 참아질 것 같아서. 허나 힘에 겨웠다. 때로는 봇물처럼 넘치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사라지고 싶었다.

그더러 울지 말라고 웅얼대는 야쿠의 얼굴도 이미 눈물범벅이다. 리에프에 얼굴을 묻고 옷에 눈물을 벅벅 문질렀다. 연신 마르지 않는 눈가를 훔치던 손이 야쿠의 팔목을 끌어 품에 쥔다. 끅끅거리는 게 안쓰러워서 어깻죽지를 잡아당기니까 리에프는 순순히 돌아누웠다. 손등으로 꾹꾹 눈물을 닦아주었다. 마구잡이로 매달리는 손에 안심하라고 깍지를 껴주고 틈 없이 꼬옥 안았다. 눈물에 잠겨 붉고 수척해진 면면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꼴이 가관이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 사자는 눈물로 흐려진 인영에 아무렇게나 입술을 내린다. 줄곧 기다리던 사람. 손대면 깨질까, 보면 닳을까 귀해서 애달픈 나의 연인.




“다 울었어?”


“네에…… 킁……”


“거짓말, 이리와.”




고개를 젖혀 여전히 훌쩍거리는 리에프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 무엇이 더 필요할까? 상처조차 지우는 너의 말인 걸.




“사랑해요.”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땀이 베인 몸을 끌어안았다. 새벽 내내 사랑을 고백했다.




















리에퓨ㅠㅠㅠㅠㅠㅠ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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