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방석 위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은 야쿠의 얼굴이 우스꽝스럽다. 지나치게 집중한 탓에 입술에는 바짝 힘이 들어갔고 두 눈은 어느 지점에 합쳐질 듯이 몰리고. 태교가 중요해지는 시기야, 태평하게 말하면서 요코의 시선이 향했던 곳은 거실 구석에 처박혀있던 태교용 바느질감이다. 배냇저고리며 손싸개, 턱받이, 모빌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대부분 야쿠의 어머니가 보낸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바느질거리를 쌓아두며 어머니는 왜 이렇게 가내수공업에 집착하시는 거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웬일인지 리에프가 조용하더라. 의아해서 뒤돌아보니 퍽 난처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무언가를 내미는 거다. 그게 지금 야쿠가 펼쳐놓은 이 애벌레 인형 바느질 세트다. 웬만한 집안일이야 도가 텄지만 가만히 앉아서, 가만히 바느질을 하는 것에는 영 자신이 없는 야쿠는 쥐똥만큼 작은 바늘 구멍에 겨우 실을 걸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막막한 걸. 그래도 남들 다 한다는 걸 저만 못 하는 것은 싫다. 게다가 직접 만든 아기 용품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자문에 그까짓 것이 무슨 의미야? 라는 답은 절대 나오지 않으니 선택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설명서에 실린 완성 사진을 보면 의욕이 샘솟다가도 오색실과 솜뭉치를 마주하면 손가락이 굳는다. 

귀엽긴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걸 사오면 어쩌자는 거야? 열심히 공부하는 등을 흘깃 쏘아보았다. 다음 주부터 리에프의 시험 기간이다. 과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책 한 번 펴보는 일이 없기에 공부를 잘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의외로 그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조기 취업을 계획해서인지 학업에 열중한 모습이 낯선 사람 같다. 이따금 기지개를 켜면서 저를 찾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다. 몇 시간 째 불편한 식탁 의자에 앉아 책에 코를 박은 모습이 기특해서 궁둥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은데 방해가 될까 봐 다가가지도 못 하겠다. 그 주변만 빙빙 맴돌다 시작한 바느질은 잘못된 선택인 것 같은데 어쩌지? 다시 노란 천을 말아 쥐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데, 잘 됐다! 싶으니 중간에 한 귀퉁이가 빠져서 도로 풀어내야 한다.




“아……”


“잘 안 돼요?”


“어? 아니, 잘…… 아야!”




반응속도 한 번 재빠르다. 벌떡 일어난 리에프가 손가락 하나를 들여다보면서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곁으로 다가가서 괜찮은지 물었다.




“찔렸어.”


“봐봐.”




상처가 나기는커녕 피 한 방울 맺히지 않은 손마디를 요리조리 돌려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인 건 누구의 팔불출이람? 에잇, 안 해! 리에프에게 손을 내준 채 야쿠가 발을 굴러 천 꾸러미를 밀어버린다.




“하지 마요, 바늘은 건들지도 마.”


“너 지금 놀리는 거지?”


“아니에요─ 애기 놀랄까 봐 그렇죠!”




그렇다면서 배가 아니라, 짜증스럽게 찌푸려진 눈가에 쪽 입을 맞춘다. 맞을래? 야쿠는 씨익 웃는 리에프의 반듯한 이마를 밀어내고 벌러덩 드러누웠다. 내팽개친 인형 만들기에 미련이 남는지 가서 공부하라고 말하곤 설명서를 뚫어져라 본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리에프는 잠시 머뭇거렸다. 볕 좋은 주말에 고양이와 함께인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도서관에 가려다가,




‘그럼 점심 혼자 먹어야 되네.’




별 뜻 없는 혼잣말이 왜 그리 마음에 걸리는지 리에프는 차마 집을 나설 수가 없었다. 그대로 야쿠가 누운 옆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공부는 끝난 거야? 살살 그의 뒷머리를 들어 제 무릎 위에 올리자 순순히 몸을 뒤채며 묻는다.




“쉬는 시간이요.”


“잘 됐다, 나도 쉬는 시간인데.”


“계속 만들게요?”


“이 벌레 인형, 너 닮았어.”


“이거…… 애벌레…… 확실히 길긴 기네요.”




귀엽잖아. 리에프의 귀를 아프지 않게 잡아당겨 뺨에 입술을 댔다. 반대쪽도 해달라며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게 깜찍해서 입술 도장을 꾹 찍어주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물러난다. 환해진 시야로 천장의 불빛이 쏟아졌다.




“애착 인형이 중요한 거래, 잠깐 엄마가 안 보여도 인형이 있으면 크게 놀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신기하지?”


“맞다, 저도 어릴 때 사진보면 꼭 악어 인형을 들고 있더라고요!”


“그게 네 애착 인형이었나 보네.”


“야쿠상은요?”


“난 없어.”


“아, 죄……”




리에프가 사과하기 전에 얼른 입술을 찰싹 때렸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어서 굳이 미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유년은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잘 기억나진 않지만 제게도 애착 인형이 있었을지 모르니까 괜찮다. 더욱이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가족, 사자에 뱃속에는 기적이 있다. 누군가의 동정을 사기엔 지나치게 애착할 것이 많다.




“어쨌든,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




아기가 늘 안심하도록 실 하나에도 제 내음을 잔뜩 묻혀놓고 싶다. 하지만,




“아, 정말! 이거 왜 이래?”




실 꿰인 바늘을 든 지 10분도 채 안 되어 던져진 천 조각에 구경하던 리에프가 푸하하 웃어댄다. 야쿠는 할 수만 있다면 바늘로 베고 누운 허벅다리를 콕 찌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도리질을 쳤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요코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목소리를 듣고, 감정도 그대로 느끼니까 아름다운 생각만 하는 게 좋겠지.’




좋은 생각, 좋은 생각. 망할! 바느질은 안 하는 게 좋겠어. 찌그러진 인형 몸통을 보는 눈빛에 아쉬움이 진하다. 울상으로 씩씩거리는 볼을 놀리듯 주무르던 리에프가 바늘을 집어 들었다. 워낙 손이 커서 바늘을 잡은 손가락이 우습게 덜덜거린다.




“네가 하게?”


“야쿠상 얘기 들으니까, 이것만은 직접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리에프라고 해서 별반 다를 건 없었다. 때때로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손을 올려다보던 야쿠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설명서는 먼발치로 밀려간 지 오래다. 전문가를 따를 여력이 없는 실력인지라 손이 가는 대로 찌르고 감고 묶었다. 고양이의 얼굴로 진 그림자가 물결을 만든다.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리에프의 얼굴이 다감한 눈동자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고양이는 소리 없이 입 꼬리를 올렸다. 정말 아기에게 제 감정이 전이된다면, 지금은 넘치는 행복으로 물속을 빙그르르 돌고 있을 거다.




“보고 있으니까 기분 좋아, 태교는 네가 하는 게 낫겠다.”


“그럼 제가 다 만들어 줄게요!”


“근데, 실 색깔 틀렸어.”


“으아…… 여기, 주황색이잖아.”




서투른 솜씨지만 그런대로 동그란 모양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들의 집이 어느새 고요로 물든다. 반쯤 눈이 감긴 야쿠는 무거워진 배를 감싸 옆으로 돌아누웠다. 리에프의 티셔츠에 코를 묻으니 편안한 집 냄새가 났다.

바느질에 여념이 없던 사자가 억지로 애벌레에 눈과 입을 수놓아 완성했을 때에는 시간이 꽤 흐른 후다. 야쿠는 고새 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낮잠 자는 걸 못 봤다. 리에프가 실이 삐뚤삐뚤한 애벌레 인형을 조심스럽게 그 옆에 내려놓는다.




“……진짜 좋다.”




이런 게 행복이겠지. 팔로 천천히 야쿠의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멈추었다. 찡그리면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꼴이 소란하다. 오래 접혀있던 다리가 저려서 어정쩡한 자세로 괜찮아지길 기다렸다가 다른 손으로 오금을 받쳤다. 체중이 늘었어도 리에프에게는 가뿐한 몸이다. 혹여 깰까 숨마저 죽이고 느릿하게 안아 들었지만 서서히 뜨인 눈이 멍하니 그를 찾는다.




“리에프…… 다 했어?”


“네, 이따가 보여줄게요.”




야쿠를 침대에 눕힌 리에프는 다시금 감기는 눈 위에 입을 맞추고 불을 껐다. 실밥이 들러붙은 매트나 식탁에 쌓여있는 두꺼운 서적들, 침실을 나서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리에프가 인스타그램 했다면 이렇게 올렸을 듯ㅎㅎㅎㅎㅎㅎ

(사진 출처 www.ong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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