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다.  빌라 앞에 바짝 붙어있는 공원 나무에 매달린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시끄러워서 깼잖아.  일어나자마자 에어컨 리모컨부터 손에 쥐었다.  흰색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차가운 거실 바닥에 등을 붙이니 얼굴에 붙어있던 신경질이 가신다.  올라간 입 꼬리 끝에 배고프다, 하고 한숨 같은 목소리가 따랐다.  뒤이어 한 남자가 헐렁한 트렁크 팬티의 허리춤을 늘리며 걸어 나온다.  널브러져 있는 배 위에 자연스럽게 팔을 얹고는 그 옆에 벌러덩-




“치워어어!”




들러붙는 찬열의 옆구리를 발로 밀었다.




“싫어.”




오히려 커다란 손이 더 억세진다.  종대의 허리를 붙잡고 머리카락을 비비자 듣기 좋은 웃음 소리가 울렸다.  아주 가까이에서.  간지러운지 손 안에서 꿈틀거리는 몸에서는 보드라운 냄새가 난다.  언제나 뜨거운 열기를 품게 만드는, 여름 같은 이 애를, 나는 좋아하고 있다.




“간지럽다고! 꺄항, 떨어져 봐봐!”


“누가 배 까고 있으래? 배꼽으로 바람 들어가면 배 아파.”




눈을 감은 채 손 안에 든 찬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헤집었다.  덩치는 커가지고 하는 짓은 귀엽기 그지 없다.  아, 시원해.  그가 손을 얹어놓은 배를 제외한 피부로 차가운 기운이 내려앉는다.




“뭐 시켜먹을래?”


“음.. 탕수육.”


“그럼 탕수육이랑 짬뽕.”


“내 핸드폰.”




종대의 한마디에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킨다.  제 손길을 벗어나는 착한 뒷모습.  중학생 때부터10년 째 붙어 있는 우리는 소위 말하는 불X 친구다.  다만, 1년 전부터 저 친구의 불X이 엉뚱하게도 저에게 반응을 해서 문제지만.  긴 다리로 휘적휘적 다가오더니 핸드폰을 내민다.  내 애완견이냐? 묻자 픽- 웃으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멍멍, 내뱉는다.  바보.  근처 중국집을 검색하는 종대의 핸드폰 위로 말 풍선이 연달아 떠오른다.  ‘ㅋㅋㅋ’가 붙은 시시껄렁한 내용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고 있던 찬열의 눈썹이 꿈틀꿈틀-




“카톡 오잖아.”




응.  말 풍선에 아랑곳 않고 종대는 탕수육 사진을 보고 있다.  옆에 있는 찬열만 얼굴을 사납게 구긴 채 으르렁거릴 뿐.




“누구야.”


“친구.”


“친구 누구.”


“있어, 너 모르는 애.”


“아침부터 카톡질이야, 씨발.”




욕을 읊조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절 빤히 쳐다본다.  찬열은 조금 무안해져서 그 눈을 피했다.  무더위에 뇌가 녹아버렸는지 그를 향한 감정들을 제어하기가 힘이 든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평소처럼 종대는 모른 척 미친 놈, 하고 웃어버릴 것이다.  또는.  지금 저의 언행으로 기분이 상했다면 티 내지마, 하고 짜증을 낼 것이다.  그렇게 냉정하게 짓밟힐 것이다.




“박찬열.”




웃음기 없는 얼굴.  평소에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얼굴이 지어내는 무표정은 ‘찬열이 무서워하는 것들’에 올라있는 항목이다.  울고 싶어 졌다.  종대의 예쁜 목소리가 전할 차가운 말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낸다.




“응.”




눈을 내리깔고 시무룩해진 얼굴을 보다가 종대는 웃음소리를 내버렸다.  안 어울리게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이 그 소리를 따라온다.  에어컨 희망온도를 너무 낮춰놓은 탓인지 조금 추워졌다.  자고로 여름은 조금 더워야 제 맛이지, 라는 쓸데없는 핑계를 되풀이하며 종대는 저를 살피는 뺨을 그러쥐었다.




“귀엽게 굴지마.”




괴롭혀주고 싶잖아.  경직된 찬열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픽- 웃어버렸다.  그리고 혀로 그 입술을 비집었다.  갑작스런 전개에 떨고 있는 혀를 문지르듯 핥아 올리자 붙어있는 몸뚱어리가 허둥지둥하는 게 느껴진다.  매미 울음과 에어컨 소음이 뒤섞인 공기 안에서 우리는 젖은 소리를 만들고 있다.  말랑말랑하게 맞물린 입술.  지끈거리는 열기를 발산하는 몸.  손가락 끝이 촉촉해진다.  찬열은 키에 비례해서 눈물샘도 깊은 모양이다.  종대의 등을 쓸어 내리던 급한 손이 팬티를 끌어내린다.  감겨있던 종대의 눈이 반쯤 뜨였다.  미친 놈.  진짜 여름이네.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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