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여름 안에서

 





 
 



 

그래서, 우리는 바다로 갑니다.

 


 

“아, 바다 누가 가자고 했냐?”


“나다.”


“아, 씽이 형~ 정색하지 마요! 안 어울려, 진짜 웃겨.”


“시끄러워.. 변백.. 현..”


“넌 그냥 뒤져있어, 멀미 새끼야.”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 점심 시간이 되도록 도착을 못 했다.  바다란 늘 먼 곳에 있다며 양구 주민인 백현이 저희를 위로한다.  초코 송이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모자를 얼굴에 얹은 채 조용한 룸메이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설렌다며 늦게까지 쫑알거리더니 이럴 줄 알았다, 하는 표정이 종인의 얼굴로 떠오른다.  멀미가 심한 찬열은 진작 의자 두 개를 꿰차고 널브러졌다.  세훈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띤 채 ‘쏠리면 여기에 해라.’ 라며 접힌 비닐 봉지를 얼굴로 던졌는데도 얌전한걸 보니 꽤나 힘든가 보다.

 



“너 되게 신나 보인다?”

 



경수의 말에 종인이 떨떠름하게 이마를 긁적거린다.  그렇게 티가 나는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웃었다.  거의 다 왔어, 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바다를 보는 건 처음이다.  바닷물이 얼마나 짠지 마음껏 맛볼 것이다.  두 눈에 담길 푸른 바다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두근.  날씨도 좋고 곁에 있는 이들도 좋고 기분도 좋고, 어느 하나 나쁜 게 없다.  초코 송이도 있고.

 



“깜종, 선 크림 줘?”


“아니.”


“.. 웅.. 안돼, 줘.. 발라야 돼.”


“김종대가 달래.”

 



비몽사몽 내밀어진 것을 받아 들더니 제 손이 아닌 종인의 손등에 그걸 짜 놓는다.  안 발라도 되는데, 투덜거리자 만만치 않게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발라야 돼애, 자외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바보야, 피부암 걸린대.”

 



얼굴에 콕콕콕- 내려지는 손길에 어린 애가 된 기분이다.  여전히 서툰 손길이라 종인의 얼굴이 얼룩덜룩해졌지만 적어도 새까매지진 않을 테니 그것으로 만족.

 



“데려다 키우지 그러냐?”


“왜 시비야아- 꺼져, 꺼져.”


“종인 엄마는 요새 학습지 뭐 시켜?”


“뭐래, 미친!”

 



앞에서 깐죽거리는 백현과 함께 깔깔거리더니 제 얼굴에 덕지덕지 선 크림을 문지르곤 됐어? 묻는다.  뺨에 하얗게 뭉쳐있는 크림을 닦아주자 입 꼬리가 길어졌다.  닦아주는 척 그 끝을 문질렀다.  반짝이는 것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바다 보인다.”

 



종인이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얼굴을 바싹 붙인다.  종대가 촌놈이다! 놀렸지만 눈 앞에 펼쳐진 반짝거리는 바다에 정신이 팔려 대수롭지 않다.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워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오래 보고 싶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모두 조금 뿌듯한 마음이 되어 두 눈 가득 바다를 담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이가 나중에 바다를 떠올렸을 때, 그 모래사장에는 분명 우리가 함께일 거다.

 

 

펜션에 들어오자마자 찬열이 찬 바닥에 몸을 누이며 앓는 소리를 한다.

 



“나 죽을게..”


“나도, 헥..”

 



장이씽과 민석은 그를 따라 널브러지는 동생들을 지나 식탁 위에 짐을 얹었다.  고기와 야채 등을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어느새 동참한 종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건 왜 샀지? 중얼거린다.  민석이 그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더니 으르렁-

 



“페인트 사탕 누가 골랐어?”

 



사나운 눈을 피해 슬쩍 몸을 돌린 이는 한 명뿐.  김준면 저 웬수.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추억 돋지 않냐? 하나씩 물어.”

 



벌떡 일어나 다가온 준면이 인자한 표정으로 사탕을 나눠준다.

 



“진짜 오랜만이다, 이거.”


“이거 먹으면 혓바닥 아프단 말이에요~”


“닥치고 먹어.”

 



장이씽의 찌푸려진 표정을 마주하고 있는 민석이 웃음을 지으며 ‘너도 먹어봐, 한국 초등학생들이 다 먹는 거야.’ 말해보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조큼 이상해.

 



“끄하하항, 징그러워어어! 여기 봐봐!”

 



‘찰칵-‘

 



 
 

다들 새파래진 혀를 내밀며 카메라를 든 종대에게로 눈을 돌린다.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으며 다가오더니 종인에게 찍힌 사진을 내밀어온다.  익살맞은 표정이 스스로도 낯설어서 헛웃음을 지어 버렸다.  내가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나가자! 아저씨가 자전거 빌려주신대, 걸어가면 멀다고.”


“야, 돗자리랑 이거 하나씩 들고 나가!”


“내 선글라스 본사람?”


“장이씽, 기다려! 나랑 같이 들어.”

 



앞다투어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이들을 보며 종인이 얼굴로 손을 올린다.  코에 닿기 전에 종대의 손에 가로막혀 버렸지만.

 



“우리도 빨랑 가자~”


“.. 나 자전거 못 타는데..”

 



종대 뒤에서 막 자전거에 오르려던 경수가 멈칫하며 다시 땅으로 발을 디뎠다.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시던 아빠의 손이 두둥실 떠올랐다.  비약일지도 모르나 그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이유가 그 다정한 손길을 가지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에 종인 대신 제 마음이 허해졌다.

 



“진짜?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내가 왜?”


“나랑 커플 자전거타고 가려고, 나만 힘들게 하려구우!”


“아니, 무슨 커플이야..”


“어, 얼굴은 왜 빨개지는데에! 에이씨!”


“너도 빨개졌거든. 밖에서 그러지 좀 마라, 진짜..”


“내가 뭘! 이거 완전 미친 놈 아냐! 커플 자전거 타자고 한 게 누군데에!”


“아.. 그 놈의 커플 소리 하지마.”


“커플, 커플, 커! 플!”

 



하지만, 지금 종인에게는 과거의 빈자리를 돌아볼 틈이 전혀 없어 보인다.  종대가 얄밉게 저를 향해 혀를 내밀자 손바닥으로 이마를 밀며 대항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정신을 쏙 빼놓는 바보가 늘 그를 들여다보며 곁에 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지만 바보가 아니므로 제외.  투닥투닥 소란스러운 그들에게서 경수는 웃음기 벤 눈길을 거두며 자전거에 다시 발을 올렸다.

 



“얼른 와라, 바보 커플.”


“바보 아니거드은!”


“커플 아니거든.”

 



얼씨구?  푸하하하, 경수의 호쾌한 웃음 소리 끝에 남겨진 둘은 진짜 바보가 된 기분으로 2인용 자전거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다가 묻어있는 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다.  종대가 괜스레 종인의 팔을 툭-  내가 가르쳐줄게.

 



“자전거 타는 거.”

 



종인이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꽤 오랜 시간을 페달과 친해지는 데 쏟아야 했지만 앞에서 제 몫을 더해 열심히 다리를 놀리는 종대 덕분에 나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바다 내음이 얼굴에 베일 것처럼 진하게 그의 곁을 스쳐 지난다.  그들의 옆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끝이 없다.  몇번을 휘청거리다가 둘의 합이 엇갈려 결국 한 번 넘어지긴 했지만.  종아리가 흙 바닥에 쓸려 피가 나는데 종인은 헤- 바보처럼 웃는다.  허둥지둥 자전거를 일으킨 종대가 인상을 쓰며 다가와 웃음이 나오냐고 핀잔했지만 아파도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바닷가에 늘어선 자전거들.  그리고 저희들에겐 한없이 좁은 은빛 돗자리,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샌들과 모래 위로 새겨진 발자국들.

 



“기어 왔냐?”


“아직 안 들어갔네~”


“사진 찍어야지. 모여봐, 빨리!”

 



해안 위에 발을디딘 채 벌써 바지를 다 적신 이들이 모래를 털어내며 다가온다.  옹기종기 서로에게 몸을 치이며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이들.  부서지는 파도처럼 하얀 웃음.  찬열이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추억 남기기엔 사진만한 게 없지.  가자!  누군가의 외침에 거침없이 바다에게 발을 뻗는다.  종인도 그들을 뒤따라 달리다가 절 반기는 바다 앞에서 멈칫-  철벙거리는 발자국들 때문에 뿌얘진 바닷물에 닿기도 전에 겁을 집어 먹었다.  모래알에 섞인 발을 내려다보며 발가락을 꼼지락-

 



“김종인!”

 



젖은 머리칼을 흔들며 종대가 손을 내밀어온다.  손을 뻗어 그 손을 꼭 잡아버렸다.  잡아당겨진 그의 발이 첨벙 바다에 삼켜진다.  바다다!  해맑게 웃는 종인을 따라 웃던 종대가 자유로운 손으로 그에게 바닷물을 끼얹다가 뒤에서 몸을 던진 백현에게 붙잡혀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바닷속에 잠겼다가 악을 지르며 나오는 걸 보고 종인은 저것만은 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는 손이 더 빨랐다.

 



“으아악!”


“푸하하하, 오늘 깜종 죽인다!”

 



목구멍을 찌른 바닷물의 짠 맛에 인상을 찌푸리며 허우적거리는 걸 보고 찬열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튜브를 던졌다.  아이씨, 코 찡해.  얼른 노란색 튜브에 팔을 걸쳤다.  사람들이 왜 바다에 빠져 죽는지 알겠다.  바닷물의 몹시 쓴맛 때문일 거다.  잠시 튜브에 몸을 맡긴 채 두둥실-  멀어진 해안에 민석과 장이씽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거센 물장구를 치며 수영 비슷한 걸 하는 경수와 우르르 몰려다니며 몸싸움을 하는 이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으니 파도에 밀려 바다의 안쪽으로 떠내려 가는 것 같았지만 내리쬐는 햇빛과 바다 소리가 좋아 조금 더 그렇게 있기로 했다.  눈을 감으니 일상이 잊혀지고 갈매기의 삶을 사는 기분이 된다.  그의 첫 여름 휴가.

  



“그러다가 중국으로 넘어간다, 짜샤.”

 



어느새 다가온 준면이그의 튜브를 끌어당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재미있어요, 키득거리자 나아가면서 몇 번 팔을 흔들어 주었다.

 



“쯧, 아직도 저러고 있네.”


“형들, 왜 저래요?”


“장이씽이 더럽다고 안 들어간다고 해서 김민석 빡쳤어, 크큭..”


“더럽긴 한데..”


“아냐, 여기 뻘이라서 그래. 갯벌.”


“아.”


“몇 시간 뒤면 썰물 때니까, 그 때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조개나 꽃게 같은 거.. 잡을 수 있어요?”


“잡고 싶냐?”


“완전.”

 



웃긴 새끼, 읊조린 준면은 저녁 때 나오면 잡진 못하더라도 꽃게 정도는 그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안 가 ‘엉덩이 닿았어요, 그만 가요.’ 항의가 귀에 꽂혀 손을 놓았다.  민석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는 장이씽이 눈 앞에까지 와 있다.

 



“아, 놓으라고! 나는 들어갈 거야!”


“구치만.. 물 색깔이.. 으앗! 자, 잠깐!”

 



‘풍덩-‘

 



장이씽이 준면의 손에 바다로 던져진 소리 뒤, 곧 짝- 소리가 따라붙는다.  민석이 깊은 입 동굴을 보이며 잘했어, 준면과 손바닥을 마주쳤다.  둘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바닷물 속에 앉아있는 장이씽에게로 다가간다.  하얀 얼굴로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바다 방울이 흘러내린다.  민석이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그 뺨을 닦아주며 괜찮은지 묻자,

 



“어차피 버린 몸.”

 



모여있는 이들에게로 한껏 허우적거리며 달려가버린다.  뭐라는 거야, 저 바보.  여름 안에서 아홉은 한없이 유치해졌다.  다같이 널따란 튜브를 끼고 파도에 나부끼기도 하고 찬열이 빠뜨린 선글라스를 찾겠다고 서로의 다리를 헤치며 머리를 바닷물에 담그기도 하고.  의무라도 되듯 진이 빠지도록 웃고, 옹기종기 부대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세훈이 모래 사장에 묻히는 동안, 종인은 미지근해져 버린 탄산수를 들이키며 돗자리에 앉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그의 눈을 붉힌다.

 



“얼굴에 모래 튄다고, 병신들아!”


“선글라스 껴줘라.”


“미친.. 에, 퉤!”


“아이, 아저씨! 여기서 이러지 맙시다잉?”


“지랄 마! 씽이 형, 궁댕이!”


“미안, 미안~”

 



열심히 모래를 부서뜨리던 종대가 홀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룸메이트를 발견하더니 서둘러 손을 바지에 문지르고는 몸을 일으킨다.

 



“힘들어?”

 



아니, 답하더니 옆에 앉는 저에게 초록 병을 내밀어온다.  미지근하다고 투덜거렸더니 뒤쪽을 두리번두리번-  시원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하자 멀리까지 시선을 던진다.  혹시 편의점이라도 찾는 건가, 싶어 넌지시 ‘저 위에 슈퍼 있던데.’ 중얼거리자 역시나.

 



“뭐 먹을래?”

 



표정 하나 변하지않고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언제나 제 말을 들어주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군다.  금새 기분이 좋아져 달궈진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다정한 나의 여름.  열띤 환희 뒤로 타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는 그런 여름.

 



“바다 좋다.”


“그래? 내년에도 올까?”


“응.”


“꼭 오자, 히히..”

 



내년에 우린 어떤 모습일까?  그 여름에도 종인이는 내 마음 속에 뜨거울까?

 

 

펜션으로 돌아오자마자샤워를 하고 나오니 긴 물놀이로 허기진 배꼽 시계들이 여러 군데에서 시끄럽게 울려댄다.  세훈이 과자 봉지를 뜯자 삽시간에 하이에나들이 몰려들었다.  정작 봉지를 뜯은 세훈은 맛도 보지 못한 채 봉지가 비워진다.  재빨리 과자 한 주먹을 차지해 빠져 나온 종대가 의기양양하게 뒤쪽 소파에 앉아있는 종인의 곁에 앉아 손을 내민다.  곧 무자비하게 뻗친 백현에게 반절을 빼앗겨 또 그 앞에서 개싸움이 벌어졌지만.  한 명이 부엌으로 나서자 저절로 식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방에 붙어있는 테라스에 마련된 바비큐용 숯불 위로 고기가 올려지며 맛있는 소리가 났다.

 



“버섯 내가 자른다~”


“이것도 해줘.”


“고기 태우지마! 한번만 뒤집어!”


“아, 졸라 배고파아!”


“맛있겠다.”


“소시지 어디에 놨어?”


“햇반 몇 개 뜯어?”

 



허겁지겁 잘 익은 고기를 반은 입으로 가져가고 반은 접시에 올리며 찬열이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몸을 움직인다.  그 옆에서 젓가락으로 마늘을 뒤집는 종인에게도 고기 한 점이 건네져 얼른 입이 벌어졌다.

 



“와.. 쩔어..”


“죽이지? 이 형이 고기도 잘 구워요.”


“손 조심해, 뜨거워.”

 



경수가 큰 냄비를 늘어져있는 식탁에 올렸다.  퍼져나오는 라면 냄새에 이성을 잃은 준면이 소리친다.

 



“빨리 와, 그냥 먹자!”

 



언제나처럼 요란한 식사다.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름 휴가이니만큼 더 맛있다고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장이씽은 한국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어 찬열의 어깨를 솟아오르게 했다.  

 



“형들 수능 대박나세요! 건배!”


“Thank you~”

 



‘짠-‘

 



신나게 건배를 했지만 조그만 소주잔에 담긴 것은 불투명한 무 알코올 샴페인.  청소년 신분으로 술을 구매할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분위기 내기 용으로 한 병 고른 것이었다.  우리 같이 순수한 애들이 없을 거라며, 웃었지만 그 와중에 종대가 유독 아쉬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 다음에는 꼭 여친이랑 와야지.”


“나도! 너희랑 그만 놀고 싶다, 정말.”


“병신아, 지금이라도 꺼져.”


“너희 모태 솔로 앞에서 그만 나대라.”


“아.. 우리 종인이, 네가 있어서 형은 참 행복해.”


“이 입으로 고기나 처먹고 말이야, 뽀뽀도 못 해보..”


“했는데.”


“켁!”

 



종인의 했는데, 에 모두 놀란 눈이 된 와중에 종대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런 미친 놈!  가슴을 두드리는 그에게 민석이 물컵을 내밀었지만 고개를 젓더니 막힌 목소리로 나선다.

 



“뻐, 뻥치네! 하하.. 켁.. 김종인, 내가 다아 아는데!”


“하긴, 맨날 우리랑 있었잖아. 이 새끼가,이거나 처먹어.”


“그래애! 빨리 치우고, 윽.. 우리 폭죽 하러 가자!”

 



벌개진 얼굴로 저를 흘기는 종대에게 종인은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요리조리 저희의 눈치를 살피는 다람쥐.  귀엽긴.  난장판이 된 부엌을 대충 정리하고 밤 바다로 나섰다.  새까만 바다와 새까만 하늘.  그 위로 저희가 쏘아 올린 폭죽이 별이 되어 쏟아졌다.  그걸 보고 있자니 감성이 더해져 곁에 있는 서로가 더 사랑스러워진다.  별빛을 든 채 신이 난 종대가 입 꼬리를 진하게 올리고 그들 앞에서 재롱을 떨자,

 



“종대 신났네~”


“졸라 귀여운 척하네.”


“아, 뭐어! 왜 시비야!”


“귀엽잖아, 크큭.”


“아, 형이 받아주니까 저 새끼가 더 저러는 거야~ 그치, 깜종?”


“귀여운데.”


“띠불.. 너한테 물어본 내가 등신이다.”


“어? 꽃게다!”


“불 비춰봐! 김종인, 내려와. 꽃게 있대!”

 



 
 

우리는 말없이 앞으로몇 번이든 함께 오게 될 바다를 약속했다.  깊이 디딘 발자국을 파도가 지워버려도 언제까지고 가슴에 남아있을 여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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