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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첸] Murmuring Room 12

속삭이는 방



 






12. 아슬아슬한 선

 


 

또 한 번 꽃이 지고 그 자리에 남은 흔적,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교정이 소란스러웠다.  낭랑한 선생님의 목청이 바람소리에 묻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듣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열어놓은 창으로 밀려들어오는 초록 바람이 복잡한 속을 달래주어 고맙다.  그래서 거기로 온 마음이 쏠린다.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자 세훈이 팔꿈치를 툭-

 



“웬일이냐? 수업을 쌩까고.”


“집중이 안 되네.. 벌써 거기야? 아이씨..”

 



쉬는 시간에 필기 보여줘, 라고 말하더니 종인은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별일이라고 생각하며 세훈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종인의 머릿속에는 아주 작은 종대가 뽈뽈뽈뽈 걸어 다녔다.  그것도 여러 명.  양 볼이 미어터지게 밥을 먹고 있는 종대, 몸을 뒤로 젖히며 깔깔거리는 종대, 곧은 눈빛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종대, 신경질을 내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종대,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진 종대, 그리고.. 자는 저에게 몰래 입술을 내리는 종대.  주정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그의 행동에 종인은 혼돈에 빠져 있었다.  저가 뽀뽀 도둑임을 종인이 알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겠지.  그는 콩쿠르에서 돌아온 이후에 수상쩍었던 행동들을 거짓말처럼 그만 두었다.  얼굴을 붉히긴 했지만 종인을 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고양이처럼 그 품에 머리카락을 부벼왔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을 저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만약 저의 예상 대로 종대가..  만약..  그럴리가 있을까?  착각은 아닐까?  그 날, 입술에 닿았던 건 사실 손가락이었다거나 개구리 같은..  젠장.  이제 곧 중간고사인데 제 앞에 놓여있는 건 수학 문제에 비할 수 없이 더 어려운 문제다.

 

 


“여기에서 이걸 먼저 곱하고.. 더하고.. 그럼..”

 



종인이 얼굴 색깔 진짜 초코 우유 같다, 피부도 좋네.  쌍꺼풀 봐, 도톰해서 귀엽다.  목소리도 좋은 것 같아, 더하긴 뭘 더해.  아니다 ,더 해라 짝 더 해라 짝!  계속 말해줘, 네 말이라면 소가 말이라고 해도 믿을 테니까.  입술.. 되게 부드러웠어.  두근두근하고.  아, 뽀뽀해 버리고싶다.  또 술 마시고 실수인 척해 버릴까?

 



“아야!”

 



종인의 손날에 머리를 맞은 종대가 미간을 좁혔다가 그를 올려다보더니 헤헤-

 



“집중 안 할래?”


“한 번만~ 이번엔 진짜 집중할게! 지인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응? 뽀.. 빠이?”


“뭐래.. 진짜 마지막이야.”

 



뽀뽀라고 말할 뻔 했네, 휴.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하지만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종대는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린 종인을 곁눈질하며 그 곁으로 더 다가 앉았다.  종인이 냄새, 편안해.  잠 오는 냄새.  저도 모르게 그의 가슴께로 얼굴을 점점 가까이 가져가다가 뚝- 멈춰버린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해가 가는지 묻기에 응, 거짓말을 하니 절 빤히 쳐다본다.  아, 눈치 빨라.

 



“죽을래?”


“.. 힛.. 어렵다.”


“응용 하나도 안 들어간 건데, 이게 어려우면 어떡할래?”


“그러게. 종인아, 라면 먹을래?”


“야..”


“우동?”


“내 말은 하나도 안 들리지?”

“응, 우동 먹고 싶다고?”

 



화가 난 듯 인상을 쓰고 있지만 곧 웃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못 말린다는 말을 삼키며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흐트러뜨린 뒤에 일어나 걸칠 옷가지를 들 것이다.  능청스럽게 같이 가주게? 물으면 쑥스러워서 대답 없이 먼저 방을 나서겠지.  내가 좋아하는 종인이는 그런 애니까.  봐, 천사같이 웃잖아.  종대는 생각했다, 그저 그와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 아플 수밖에 제 마음에 충분한 위로라고.  그래서 이 시간들을 한 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아주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영어 숙어를 외우던 종인은 갑자기 늘어지는 이어폰을 손으로 잡았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종대의 귀에 꼽혀있던 것이 빠진 것이다.  우동을 먹고 가만히 앉아 책까지 읽었으니, 평소의 종대로 미루어 보았을 때 새벽 1시인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다.  굳이 같이 공부를 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볼을 쿡- 찌르며 침대에 가서 자라고 했더니,

 



“싫어어.. 같이 갈래.”

 



책상으로 엎드려 버린다.  같이 자겠다는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알파벳으로 시선을 옮긴다.  억지로 책에 눈은 갖다 붙이고 있지만 사실, 집중이 안 되긴 종인도 마찬가지다.  샤프를 내려두고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가지런히 누워있는 속눈썹이 감추어버린 저를 바라보는 따뜻한 밤색 눈동자.  너무 따뜻해서 두렵다.   잃어버린다면 저를 덮쳐오는 혹한에 다시는 견딜 수 없어질 테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네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종인은 그것을 절대 알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어떤 것이든 저는 도망칠 수 밖에 없는 겁쟁이일 뿐이라고 업신여기며.

 



“모르겠다, 아.. 머리 아파.”

 



두 눈이 번쩍-

 



“.. 아파? 왜?”


“아이, 깜짝이야! 자는 거 아니었어?”


“깼잖아, 너 때문에.. 머리 아파?”

 



벌떡 몸을 일으켜 순식간에 종대의 얼굴이 다가왔다.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지만 벽에 가로막힌다.  이마가 닿았다.  열은 없는데, 라며 금새 떼었지만 종인의 얼굴은 발그스름해지고 만다.  종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 열 오른다아, 감기 아냐?’ 묻지만 그는 빠르게 손사래를 하며 아니라고 하더니 공부고 뭐고 자야겠다고 덧붙였다.  급격히 피곤이 몰려온다.  오예~  둘은 재빠르게 책을 덮고 스탠드를 꺼버렸다.  한 거울에 담긴 채, 양치를 하며 거품으로 수염 장난을 치면서 깔깔거렸다.  침대에 눕자마자 종대가 하품을 했고 곧 종인에게로 옮겨간다.  옆으로 누운 종대가 언제나처럼 두터운 팔 위로 제 팔을 겹쳐왔다.  꼼지락꼼지락 팔을 간질이더니,

 



“손 잡아도 돼?”

 



물으며 이미 종인의 손에 제 손을 얹고 있다.  종인이 다른 손으로 콧등을 긁적이자 키득거리면서 무서운 꿈을 꿀지도 모르니 손을 잡아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는 더 가까이 다가와 제 어깨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더니 숨소리처럼 ‘좋다.’ 라고 속삭였다.  손을 잡은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비스듬히 내려다본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아, 너무 노골적이잖아.  김종대, 이 골칫거리.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이런 그가 싫기는커녕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귀여워.  젠장.

 

 




11시까지 자습실에 같이 있던 경수와 인사를 하고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린다.  오늘은 그래도 한 단원을 끝내긴 했네.  머릿속으로 새벽까지 공부할 범위를 헤아리며 복도를 가로질러 방에 다다랐다.  문 앞에서 종대의 꾐에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야밤에먹는 우동 맛은 최고지만 집중력을 죄다 흐트러뜨린다.

 



“왜 핸드폰 두고 갔어어! 뒤질래?”


“공부에 방해되니까.”


“나빴다, 진짜. 흥.”

 



한껏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옆에 있던 종인의 핸드폰을 들어 입에 넣는 시늉을 한다.  바보.  웃으면서 그 손에서 핸드폰을 탈출시켰다.  쌓여있는 말풍선들-제일 최근 것은 종대가 보낸 것, 289라는 숫자가 붙어있는 단체 카톡방-, 그리고 문자가 2통.  종인이 조금 놀란 얼굴로 그 문자를 들여다 보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허공을 훑는다.  <만나줄래? 답장 기다릴게.>, <네가 괜찮다면 바로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야.>  당신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시험 기간, 종인은 공부에 몰두했어야 할 시간을 두 사람에게 몽땅 빼앗겨 버렸다.  그 결과로 ‘김종인 우울 방지 위원회’가 다시 한번 소집될 위기에 놓였다.  전교4등 이내를 벗어난 적이 없던 그의 성적이 곤두박질(김종인 기준)쳤으므로. 시험이 끝나면 1등부터 10등까지의 명단이 복도에 게시되는데, 거기에 항상 있던 그의 이름이 없는 걸 보고 찬열은 마치 제 일인 양, 머리를 부여잡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김종인을 복도에 나오지 못하게 하라느니, 눈을 가리라느니 말도 안되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죄다 욕설이다.  빠르게 올라가는 말풍선 사이에 종인의 것이 있다.  나 왜?  바보같이 종인이 함께인 곳에 단체 메시지를 보낸 찬열을 어떡하면 좋으리?  종인은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어버렸다.  옆에서 세훈도 따라 웃고 있다.  진짜 괜찮아?

 



“응, 이번엔 공부 진짜 못 했거든. 20등 안에 든 것만으로도 감사.”


“좀 재수가 없지만 다행이다.”


“너희 자주 이랬어?”


“음.. 말해도 되나? 삐치지 마라, 깜댕아. 너 우울해 보일 때마다 우리끼리 작당했어.”

 



아, 종인이 짧게 내뱉더니 저희끼리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걸 상상하고는 크게 웃어버린다.  세훈은 그 반응에 조금 민망해진 듯, 웃지 말라며 그의 가슴팍을 두드린다.  그들의 작당 모의는 앞에 펼쳐있는 양, 눈에 선하다.  찬열이 어떡하냐고 소란을 피우면 종대가 ‘ㅠㅠ’ 이런 이모티콘과 함께 거기에 동참할 것이고, 경수가 독설을 날리거나 제안을 내놓으면 백현이 헛소리를 날리고 욕을 먹겠지.  세훈은 웃으면서 상황 정리에 나설 것이고 무엇이든 결국 행동 대장으로 나서는 건 박찬열이겠지.  김종대는 별 도움이 안 될 거고.  바보들.  고맙다는 말을 삼키며 종인은 옆에 있는 세훈의 어깨에 머리를 내렸다.  그가 징그러워, 읊조리면서 제 머리에 기대온다.

 



“기말고사 잘 보면 되지.”


“응, 그럴 거야.”


“재수없는 새끼.”

 





306호 앞, 종대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발을 동동거리다가 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는 찬열이 있지만 본 체도 않는다.  개의치 않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맥주 두 캔이 허술하게 흰 종이로 가려진 채 서 있다.

 



“미친 놈아, 냉장고 왜.”


“나 맥주 가져간다.”


“맡겨놨냐?”


“김종인 줄 거야.”


“또 맛탱이 갔어? 집합해?”

“아니! 우리 시, 시, 실험 하려고..”


“뭔 개소리.”


“그, 그.. 맥주로 머리 감으면 좋다고 TV에 나오던데..?”

 



고개를 들어 종대를 빤히 쳐다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맥주를 들고 선 종대의 울대가 꾸울꺽-  이상한 낌새를 느꼈나?

 



“할 짓도 더럽게 없네, 새끼들.”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보냈다.  박찬열이라서 다행이다, 순진한 놈.  종대는 싱글벙글한 채 맥주를 가방 안에 챙겨 306호를 나섰다.  지금, 그는 흑심 덩어리.  머릿속에는 온통 종인을 위로해줄 생각뿐이다.  그 위로란 100% 주관적인 생각에 의한 것인게 문제.  얼른 방으로 들어와 차가운 캔을 꺼내 붉어진 두 뺨에 갖다 대었다.  그 때처럼 제대로 취기가 올라야 할 텐데.  부탁한다, 맥주야!  그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이는 건 착각일까?  평소 9시 30분 쯤에 들어오니까 지금이 10분..  망설임 없이 캔 뚜껑을 따더니 입으로 가져간다.  반 정도 마셨을 때, 갑자기 들려오는 문 소리에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왜, 왜, 왜 벌써 들어왔어!”


“뭐해? 웬 맥주?”


“으, 으아.. 켁..!”

 



의아한 눈빛을 받자 켁켁거리며 캔을 내려놓더니 퍽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종인을 올려다본다.

 



“너, 너 우울할까 봐.. 가져왔어, 자!”

 



아, 한 캔으로는 부족한데.  오늘은 글러먹은 건가?  아쉬움으로 쩝쩝거리며 다른 한 캔을 내밀었다.  새삼스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은 틀린 게 없다는 걸 깨달아본다.  종인은수상쩍은 룸메이트에게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그걸 받아 들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말을 더듬는 걸 보니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종잡을 수가 없으니.  하지만, 어떤 것이든 저를 위한 생각이었을 거란 생각에 종인은 한 발을 마저 방으로 들였다.  오랜만에 피아노 들려달라고 할까, 생각하며 캔을 따자 그 눈이 저의 행동을 따라 붙는다.

 



“피아노 쳐줄까? 우울해?”

 



종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제 마음이 복잡한 탓을 모조리 그에게 돌리기엔 너무 착하고 사랑스러운 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종대는맥주를 홀짝거렸다.  앞에 서 복잡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키는 종인이 어떤 기분인지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괜찮은 거야?  가벼운 정적 속에 곧 두 개가 빈 캔이 되어 쓰레기 통에 버려졌다.

 



“가자, 『May be』 쳐줘.”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생각했던 방법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저가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상관 없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종인은 웬일인지 종대의 바로 옆,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그 덕에 바짝 긴장한 몸.  저 쪽으로 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붙어있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우세해서 이런 불편함 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공기마저 달큼하게 물들이는 선율이 흘러나오는 그의 피아노.  저만을 위로해주는 곡.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잡념을 하나 하나 지워본다.  중간고사 성적이나 지수의 문자..  그리고 김종대.  응?  종인은 피아노 소리가 멈춘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눈을 떴다.  바로 옆에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  왜? 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더니 저와 마주하던 눈동자가 아래로 향하다가 멈추었다.  숨막히는 공기의 흐름에 저도 모르게 혀를 내어 핥았다, 그의 시선이 고정된 입술을.

 



“해도 돼?”


“안 돼.”

 



이상하게도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듣고 말았다.

 



“왜? 씽이 형도 하잖아.”


“그 형은 얼굴에 하잖아.”


“.. 입술도 얼굴이야, 바보야. 히힛.. 그리고 난 더 친하잖아아.”

 



오히려 당당하게 물어와서 당황한 종인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종대가 그 만큼 더 다가 앉으며 안 돼? 묻는다.  여전히 반들거리는 눈동자가 제 입술만 보고 있다.  진짜 미친 놈인가? 생각을 하면서 내 손은 왜 다가오는 그를 막지 못 할까?  왜 싫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 거지?  왜 그냥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걸까?

 



“뭐해? 더 안 피해? 진짜 한다?”

 



바로 앞에서 닿을 듯 말 듯한 입술이 웃음기를 띈 채 저를 놀린다.  순간적으로 울컥-  억누르던 것들이 무너지는 것 같이 울분이 치밀었다.  다른 것들로도 너무 힘든데, 도대체 너까지 왜 이러는 거야?  머릿속이 뜨거웠다.  종인의 두 팔이 올라와 종대의 두 뺨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종인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들의 세 번째 입맞춤은 ‘뽀뽀’라는 귀여운 단어를 붙이기에는 가볍지가 않았다.  동그랗게 놀란 눈이 곧 감겼다.  종대는 보드라운 입술을 옴짝달싹하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뺨의 열기가 종인의 손바닥으로 옮겨 가겠지.  뜨거운 눈시울.  겹쳐있던 그림자가 천천히 떨어진다.  울상에 새빨개진 얼굴.  하고 싶다고 칭얼거릴 땐 언제고, 구제불능.  나도 취해서 그랬어, 라고 나지막이 얘기하자 잠시 가만히 있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우리 완전 약하다.’ 라며 논점에서 벗어나는 데에 동의 한다.  그들은 둘 다 겁쟁이에 어리숙한 존재들이었기에,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못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선 위에 올라선 것은 저희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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