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김종인의 ‘우리’



우리¹ : 말하는 이가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

우리² : 울타리의 방언






어디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다.  종인의 주먹이 꽉 쥐어져 손톱이 살을 파고든다.  지난 밤, 숙제를 한 뒤 아무 생각 없이 국어책을 자습실 캐비닛에 두고 온 것이 화근.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종대에게 책을 빌리러 나선 참이었다.  애들한테 같이 가자고 할 걸.  여자 반인 8반에서부터 저를 향한 시선이 하나 둘 느껴지더니 급기야 뒤에서 그가 누구인지 대놓고 묻는 목소리 까지 들려온 것이다.  이 학교에 와서는 왁자지껄한 복도를 혼자 다닐 일이 없던 터라 종인은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적대적인 관심이 아닌 것은 느껴졌지만  어떤 이유로든 남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그에겐 최악의 경우였다.  


 
 

마치 심장이 귓속에 있는 것처럼 쿵쿵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종인아!”




익숙한 음성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저도 모르게 깨물고 있던 혀 끝에서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아래를 향하던 고개를 드니 마침 복도에 나와 있던 종대가 손을 흔들며 방방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어깨에 얼굴을 묻고 기대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토할 것 같아.  아직도 시선들이 얽혀 있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다가온 종대가 팔에 손을 걸치며 여기까지 웬일이야아, 라고 물어온다.  왠지 기뻐하는 표정.




“근데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그냥.. 아, 국어책 빌려줘.”


“그래! 들어가자, 내 자리 보여줄게!”


“아니.. 야!”




힘주어 제 팔을 끌어당기는 종대에게 맥없이 끌려 4반으로 들어섰다.  교실 뒤쪽에 뻘쭘하게 그를 세워두고 중간쯤에 있는 책상의 서랍을 뒤적거린다.  그 옆 긴 머리카락의 여자애가 종인이를 힐끔 돌아보더니 종대에게 속닥거리며 웃었다.  내 얘기 하는 건가.  종인이 콧등을 긁적거린다.  엄청 털털하다던 그 짝꿍인가?  이름이 뭐였더라.




“김종인?”


“어, 백현아.”


“혼자 왔어?”


“응, 책 안 가져와서.”


“범생이가 책을 까먹으면 쓰나~ 에헴, 혼나야겠어, 우리 종이니!”


“하기만 해, 죽는다.”




두 볼로 다가오는 손에 인상을 쓰며 엄포를 놓자 씨익- 웃으며 팔을 거둔다.  우리 사이로 종대가 책을 건넸다.




“고마워, 갈게.”




종인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 바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문 앞에서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고 만다.  6개의 교실을 지나 있는 제 자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 경수한테 줄 거 있어, 같이 가~”




종인은 내심 안도했다.  태연한 척 앞서 걸었지만 뒤로 따라붙은 백현에게 은근슬쩍 속도를 맞춘다.  백현은 제 옆에 무표정인 종인을 곁눈질했다.  그는 눈치가 빠른 청소년이다.  아니, 그것만으로 표현하긴 어렵고 묘하게 감이 발달했다고 해야 알맞은 것 같다.  핏기 없는 얼굴에서 잔뜩 힘이 들어가 핏줄이 불거진 손으로 시선을 옮긴다.  역시, 백현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간다.  종인은 타인과 ‘우리’를 확실하게 구분 짓는다.  일례로, 우리끼리 있을 때는 아무 반응 없이 순한 눈으로 볼을 내주는 주제에(가끔 욕을 할 때도 있지만) 타인이라고 구분된 사람 속에 섞여있으면 바짝 경계하며 으르렁거린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걸 숨기지 못해 다 티가 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들어가.”


“경수한테 줄 거 있다며.”


“이따 줄래, 빠이~”




이상하다는 듯 절 보며 교실로 들어가는 종인이.  백현이 복잡한 복도를 유유자적 헤치며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흥얼거린다.

 자신이 타인이었던 그와의 처음을 떠올리며.






“종대야, 네 친구 몇 반이야?”


“우와, 룸메이트야? 기숙사면 공부 잘해?”




선생님이 들어오셔 종대를 둘러싸고 재잘거리던 여학생들이 후다닥 제 자리로 돌아간다.  아무리 둔한 종대여도 여자애들의 수많은 질문에 숨은 뜻이 한 가지라는 것을 알았다.  너의 잘난 룸메이트, 혹시 여자친구 있니?  그 여자친구 내가 하고 싶어!  기 빨린 것 같아, 에구구.  종인이가 좀 잘생기긴 했지.  공부도 잘 하는 것 같고, 친해지면 엄청 착하고 귀엽고.  단점이 있기나 한가?  무뚝뚝한 거?  무표정일 때 무섭다?  아냐, 요즘엔 무표정도 귀여워.  아, 핸드폰 없는 거?  그건 정말 큰 단점이지, 불편해.  연세 지긋한 사회 선생님의 목소리는 점심 이후 수업으로 듣기엔 너무 치명적이다.  바로 앞 자리 종대의 고개가 흔들거린다.  꾸벅꾸벅-  그러다가 크게 휘청이더니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백현이 소리 없이 웃더니 포스트잇을 그의 어깨 위에 얹었다.  작은 손이 그걸 받더니 잠시 동안 둘 사이에서 몇 번을 오고 갔다.


 
 

수업 종료 종이 울리기 무섭게 종대가 몸을 돌린다.




“뭔데에!”


“아이, 깜짝이야!”


“종인이 뭐냐고!”


“둔해도 이렇게 둔할 수..”


“닥쳐, 닥쳐! 빨리 말해봐아.”


“닥치라며 빨리 말해보라는 건 뭐냐?”




얄밉게 웃는 백현을 종대가 힘껏 흘긴다.  백현은 괜히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따라와, 속삭인다.




“그럼  개학일에도 그냥 기분 안 좋았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내 생각엔 그래. 모르는 사람은 일단 싫어하는 것 같아, 아니 사람 많은 게 싫은 건가?.”


“왜애?”


“그건 나도 모르지. 어쨌든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극극극혐!”


“그럼 우리는?”


“우리야 기숙사에서 같이 살다시피 하니까. 특히, 넌 룸메고.”




복도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제법 심각하게 대화를 하며 11반 쪽으로 향하는 둘.  저기 오네.  움직이는 백현의 시선을 따라 반대편에서 오던 이를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거기엔 잔뜩 겁먹은 표정의 종인이 있다.  옆에서 백현이 ‘극혐한다니까.’라고 말하며 키들거렸지만 대꾸는 하지 않았다.  아까도 저랬나?  맞아, 얼굴 엄청 창백했잖아.  종대는 스스로에게 꿀밤을 때리고 싶어졌다.  세 달 동안 저렇게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매일 우리 반에 안 온다고 징징거렸는데.




“종인아!”




달려가서 덥썩 팔을 붙들었다.  미묘하게 바뀌는 표정에 종대는 가슴이 뻐근해졌다.  안도하는 눈빛.  종인이의 두 눈이 마치 네가 있으면 괜찮아,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침대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있는 종대의 눈이 자꾸 시계를 살핀다.  야자 시간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룸메이트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  보나마나 자습실에 있겠지.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 때, 문이 철컥 열쇠를 삼키는 소리를 낸다.  역시 양반은 못 된다니까.




“11시가 넘었다, 이놈아아.”


“시험 한 달 남았잖아.”


“한 달이나 남았지.”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오기까지 기다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종인이 다가오자 헤헤 웃으면서 침대 위에 있던 책들을 내민다.  죽을래, 라면서 몸은 종대의 책을 들어 책상으로 올리는 언행불일치의 예.  302호에 불이 꺼진다.  종인은 눈을 꽉 감았다.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어.




“종인아. 너.. 반에 친구들 생겼어?”


“… 아니.”


“왜? 우리 반 애들도 너랑 친해지고 싶다고 막 나한테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그냥.. 세훈이랑 경수 있잖아.”


“친구는 많을수록 좋지!”




종대가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제 예상이 맞다면 그건 종대와 나누고 싶지 않은, 아니 상관없는 얘기다.  앞으로도 절대 꺼낼 일은 없을 이야기란 말이다.  지금도 벅차다.  제 곁의 종대와 찬열, 세훈, 경수, 백현.  이들만으로도 종인이 떠안은 불안감은 나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오늘 복도에서의 기분을 상기하자 몸에 소름이 돋은 것처럼 쌀쌀했다.  그 위로 겹쳐지는 종대의 손.




“내 말 듣고 있는 거야아?”


“아니.”


“치.. 잘자.”




난 너희들과 함께 있을 때, 가끔 생각해.  이게 꿈은 아니겠지?  그리고 기도해.  만약 꿈이라면, 이 따뜻함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깨게 해달라고.






3-2. 신체검사 ㉮




“미친 놈인가?”


“미친 놈이네.”




6월에 있는 배구 대회 준비 훈련과 예선 시합으로 한동안 같이 저녁을 먹지 못했던 둘.  종대의 식판에 넘치도록 담겨있는 밥과 반찬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백현이 미친 지 일주일 째, 라고 흥얼거리듯 대꾸한다.  민망한 지 당사자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시끄러워어!’라고 소리치지만 효과는 0.




“그래서 왜 미친 거래?”


“내일 신체검사 하잖아.”


“그래서?”


“키 크려고, 풉..”




찬열에게 답해주던 종인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뱉었다.  김종인, 너마저!  종대가 째려보지만 그 시선을 피하며 여전히 웃고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황당해하던 306호의 장신 콤비가 더 크게 웃으며 종대를 놀리기 시작한다.




“크크큭, 그런다고 키가 크냐?”


“귀여워. 호빗, 호빗.”


“저거 먹고 우유도 큰 거 마셔, 그것도 흰 우유.”




경수가 그들과 한 편이 되어 천진하게 일러준다.




“나한테 왜 구래애!”




종대 놀리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입술을 삐죽이더니 크게 밥을 퍼 입으로 가져간다.  내 마음을 너희가 알기나 해? (키 작은 꼬마 이야기)




“한의원 가봐, 성장판 검사하면 키 얼마나 크는지 알려줘.”




세훈이 자기는 183cm까지 클 거라고 했는데 벌써 180cm라며 말을 이어간다.




“자랑하냐?”




경수의 일침에 세훈은 ‘아, 아니, 아니야. 경수 무서워.’ 라며 요란을 떨더니 너도 가봐야지, 라고 덧붙여 결국 한 대를 얻어맞는다.




“다음 예선은 언제라고 했지?”


“5월 초.”


“2주도 안 남았네.”




아직도 밥을 반밖에 먹지 못한 종대 덕분에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이 길어진다.  주말에도 배구부 연습이 있고 평일에는 야자가 늦게 끝나다 보니 요즘 통 같이 어울리지 못해 울적한 그들이다.  찬열이 연습이 끝나고 자습실에 가 공부하는 세훈의 애길 하며 배신자라고 투덜거린다.  백현과 세훈은 머리를 맞대고 핸드폰 게임 중.




“배부르면 그만 먹어.”


“아니.. 배는 부른데 먹을 거야.”




보다 못한 경수가 진짜? 라고 되묻자 종대가 못 당하겠다는 표정으로 입 꼬리를 올리더니 가짜, 라며 몸을 일으킨다.




“내일부터는 적당히 해라~”


“오늘 점심 많이 먹어서 그래!”




편의점에서 중간 크기의 흰 우유를 품에 안고 내려오는 종대를 보며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정작 당사자는 신이 난 표정으로 입으로 우유를 가져간다.




“저렇게 마시면 설사 안 하냐?”


“아, 애 설사 먹는데 우유 얘기 하지마.”


“풉!”


“우엑- 미친 새끼야!“




백현의 의도적인 말실수에 종대는 우유를 뿜고 세훈이 자긴 비위가 약하다며 구역질을 했다.  찬열은 이것이 저의 개그 코드에 맞았는지 웃으며 백현과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경수는  정색.  종인도 더럽다고 질색을 하면서 우유 묻은 종대의 얼굴을 소매로 슥- 닦아준다.




“씨잉.. 나 이제 우유 먹기 싫어졌어, 변백현 때문에.”


“변씨일 때부터 알아봤다.”


“엑-”




신체검사를 하루 앞두고 더 소란스러운 이들이다.






3-2. 신체검사 ㉯




오전 수업 3시간 동안으로 예정된 신체 검사가 시작되었다.  학년에 따라 달리 진행될 줄 알았는데 I 고는 특이하게 성별로 나누어 검사를 했다.  남학생들이 모두 체육복 반바지에 반팔 티를 입은 채 대강당에 모였고 여학생들은 본관에 남았다.  각각의 검사 기구와 흰 가운의 사람들 앞으로 반별로 줄을 서 있다.  이미 키와 몸무게를 재고 대기를 하게 된 11반의 셋이 한산한 강당 뒤쪽으로 향한다.  세훈이는 키가 또 컸다며 이러다 농구 선수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경수의 팔꿈치에 찍혔다.  뒤쪽에 서서 보니 5반에 키가 큰 찬열이 반 아이들에 둘러 쌓여 알통을 내보인 채 함께 난리를 치고 있는 게 아주 잘 보였다.  바로 옆으로 고개를 틀자 4반.  마침 종대가 키와 몸무게를 재고 있다.  종인의 입가에 웃음이 서린다.  밤새 걱정하더니 좀 컸나 몰라.  근데 기계에서 내려왔다 금방 다시 올라간다.  그렇게 두 번인가를 더 반복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손짓까지 하며 선생님과 열렬히 대화 중.




“종대, 뭐 잘못 됐나? 왜 저래?”




세훈이도 종대 쪽을 보고 있었나 보다.




“으헤헤! 얘들아!”




멀리서 바보 같은 웃음소리로 달려오는 찬열이 보이자 세훈은 몸을 돌린다.




“쌩까, 쌩까.”




하지만, 외면할 시간을 벌기엔 찬열의 다리가 길었다.  경수의 어깨에 팔을 걸며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혼자 웃더니 자연스럽게 경수가 어깨에서 제 팔을 밀어내자 그때서야 야이씨, 하며 웃음을 그친다.




“김종대 졸라 웃겨, 미친!”




세훈이 빨랑 말해, 라고 그를 재촉했고 경수도 요점만 말하라고 거들었다.




“내가 바로 옆줄에 있었잖아, 이 새끼가 자꾸 키를 다시 재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내가 앞쪽으로 가서 무슨 일인가 요로케 봤지?”


“도비처럼?”


“씹새.. 아무튼 들어보니까 글쎄 선생님한테 키가 줄어들었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 기계가 이상한 것 같다고 찡찡거리고 빌고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카하하하!”


“미친, 크크큭..”




경수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경수뿐 아니라 모두의 어깨가.




“키가 줄어들었대?”


“무슨 애새끼 노화가 그렇게 빨라, 끄항항.”




몸까지 접어가며 웃다가 세훈이 비틀거렸다.




“얍! 뭔데, 왜 이래?”




그들 사이로 달려와 불쑥 고개를 들이민 백현.  찬열이 종대라는 이름을 꺼내자마자 이미 다 안다는 의미의 코웃음을 치더니 모여봐.  다섯의 머리가 한 데 모였다.




“더 웃긴 건.. 체중은 저체중.”




다섯 명은 서로 밀치고 팔뚝을 내리치며 웃기 시작했다.  백현은 배를 부여잡고 강당 바닥에 눕는 시늉까지 하며 배 찢어진다고 고래고래.  그 와중에 찬열이 배꼽이 떨어졌다며, 찾아달라고 말했다가 경수에게 병신 소리를 들었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웃음이 난다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렬히 겪는 이들.  지나가는 몇 몇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거나 수군거렸지만 잠시뿐이다.  이 강당 안에 있는 남학생들 모두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에.  각각의 웃음 속에 김종대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호빗, 저체중, 우유 등의 말들이 뒤섞여 가관이다.




“안 닥쳐!?”




종대가 씩씩거리며 큰 보폭으로 다가왔다.  입술이 댓발 나와 있다.  무시.  그리고 여전히 폭소.




“나한테 왜 그래애, 미친 놈들아아! 흐엉, 쪽팔려!”


“지금 우는 거?”


“아니거든!”


“얘 우는데?”


“으아악! 이 미친!”




끝까지 깐족거리던 찬열이 결국 매를 벌었다.

전설의 김장짤
전설의 김장짤

얘네 또 이래.  오늘은 강당이네.  바보같이 실실 웃고 있는 세훈이 뒤로 준면이 다가갔다.  저들이 왜 이 난리인지 종대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두 눈에까지 웃음이 가득하다.




“오늘도 올 거야?”


“형 괜찮으시면요.”


“준면이는 항상 프리해.”


그럼 갈게요, 소시지 빵 내기 콜?  준면은 요즘 세훈이가 알려준 모바일 게임에 빠져서 밤마다 내기하는 재미로 사는 중이다.  찬열의 배 위에서 날뛰고 있던 종대를 종인이 간신히 끌어내는 게 눈으로 들어왔다.  종대가 어지간히 화가 많이 났나 보네.




“휴.. 난리 쳤더니 배고프다, 헤헤.”




저, 저 단세포 새끼.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준다.




“형, 민석이 형은요?”


“키 재겠지, 작겠지.”


“와, 팀킬 쩌시네요.”


“하긴, 민석이 형은 내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걸~”


“이 자식들, 뭘 모르네.”




핸드폰을 꺼내 내밀면서 봐, 준면은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등 근육 짱이다아.”


 “누군데요?”


“누구긴, 너희 기숙사장 김민석.”


“에이, 뻥 치지 마요!”




사진 속에는 근육이 짱짱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게 귀여움의 대명사(외모만), 민석이 형이라고?  준면이 모두에게 뻥쟁이로 괄시를 당하는 와중에 타이밍 좋게 나타난 민석이 뒤에서 준면의 옷을 잡아 끌어당겼다.




“빨리 와, 가야 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하는데 그 앞으로 불쑥 백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더니 훌렁.




“와..”


“대박 사건.”




백현이 민석의 웃옷을 들춘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선명하게 새겨진 초콜릿이 그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착각일까?




“이리와, 백현아. 좀 맞자.”




민석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발차기를 날렸다.  다행이 백현이 날래게 피했지만 안전 거리 확보를 위해 잠시 전력질주를 해야 했다.






오늘도 남들보다 늦은 시간에 자습을 끝마친 종인이 302호의 손잡이를 돌린다.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핸드폰으로 TV를 보고 있는 종대에게로 곧장 가더니 티셔츠를 들춘다.




“김종인, 뭐하냐?”


“생각해봤는데, 좀 이상해서.”


“지금 네가 하는 짓이 더 이상한데?”


“그렇게 많이 먹는데 어떻게 저체중이야?”


“뒤져!! 너까지 왜 그래애!”


“기생충이 사는 건 아닐까?”


“꺼져어어!”




그 후, 종대는 자극을 받았는지 준면에게 몰래 민석의 복근 사진을 받았다.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것은 비밀.  복근 만든다고 기숙사로 주문한 역기를 아예 들지도 못해 경비실에 방치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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