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편지를 놓지 못했다. 탁한 분홍빛 하늘이 창으로 쏟아지다 어둠이 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땀이 베인 종이가 진한 색을 띤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한 것이 우스워 코웃음을 친 야쿠는 편지를 접어 도로 집어넣었다. 봉투에 휘갈겨진 발신인의 이름에서 흘러 넘치는 감정은 불분명하다. 허나 쓸쓸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손 끝으로 몇 번 그 이름을 그려보다가 돌아섰다. 등 뒤로 불을 밝힌 에펠 탑이 밤을 재촉한 탓이다.



“잠시 떨어져있게 될 거야, A.”



어느새 제 다리에 주둥이를 비비적거리는 검은 고양이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도쿄는 새벽이겠지. 고국의 어린 날을 떠올려도 고작 피아노뿐이다. 그리고 소년의 손을 잡은 푸른 눈의 이방인. 그는 성숙하고 다정했다.

놓을 수 있을까? 어쩌면. 당신의 손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구원해줘. 제발.






















강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